[IB토마토 허준식 기자] "경영독립성" 텔레칩스가 2009년 여름
칩스앤미디어(094360)를 인수할 때 칩스앤미디어의 주요주주였던 벤처캐피탈에 약속했던 말이다.
텔레칩스(054450)는 칩스앤미디어를 인수하지만 경영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약속은 칩스앤미디어의 주 거래선이 본인들의 최대주주가 될 텔레칩스의 경쟁사였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2014년 3월27일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칩스앤미디어 이사를 겸직하게 되면서 이 약속은 깨졌다. 당시 이장규 대표는 칩스앤미디어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칩스앤미디어 비상무이사로 취임했다. 이장규 대표는 2회 연임에 성공, 현재도 칩스앤미디어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보다 앞선 2013년에도 칩스앤미디어가 코넥스에 상장하며 금융위에 제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에 따르면 텔레칩스는 칩스앤미디어 보유목적을 이사 및 감사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회사의 자본금 변경, 배당의 결정, 합병/분할 및 분할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등을 포함해 10가지로 제시하며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2015년 코스닥 이전상장 시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인의 의견에서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의 칩스앤미디어 임원 겸직을 합리적으로 판단했으며 칩스앤미디어는 독립적인 경영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장규 대표는 칩스앤미디어 이사회 구성원으로 사실상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의 칩스앤미디어 이사회 활동내역을 보면 영업보고서 승인, 현금배당 결의, 취업규칙 변경의 건, 해외현지법인 설립, 대표이사 선임 등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된다.
2019년 칩스앤미디어 이사회 중요의결사항.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2018년 칩스앤미디어 이사회 중요의결사항.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27일 칩스앤미디어는 올들어 5번째인 IR을 진행했다. 이호 칩스앤미디어 부사장(CFO)은 "내년 3월에 좋은 실적으로 찾아뵙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선 칩스앤미디어의 PER밸류를 30~40배로 본다"고도 했다.
자료/칩스앤미디어 홈페이지
전장용 반도체 글로벌 1위인 엔엑스피(NXP)를 포함한 다변화된 매출처, 사업의 진전, 이익 성장 기대에도 불구하고 칩스앤미디어의 최근 4개분기 실적 기준 PER은 20배에 머물러 있다. 칩스앤미디어의 최대주주가 텔레칩스가 아니라면, 이장규 이사의 겸직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이호 부사장은 텔레칩스가 칩스앤미디어를 매각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텔레칩스의 현금 흐름이라든지 상황에 따라 매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 말해주시진 않는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텔레칩스는 2009년 6월 49억원을 투자해 칩스앤미디어 지분 30.7%를 인수했으며 이후 증자 등에 참여해 투자한 총액은 87억원에 달한다. 8월 현재 텔레칩스가 보유한 칩스앤미디어 지분은 34.50%로 242억원 수준이다.
허준식 기자 oasi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