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價 따라 휘청이는 태림포장…밸류는 얼마에 책정될까?
밸류에이션 0.5조~1조원 사이 거론
호악재·장단점 분명
공개 2019-08-27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태림포장 매각 본 입찰이 다가왔다. 시장 컨센서스는 특별히 이뤄지지 않았다. 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번 제출하는 가격은 둘 간의 협상에서 구속력이 있기에 가격이 어느 선에서 결정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림포장(011280)·태림페이퍼 등은 27일 본 입찰을 앞두고 있다. 태림포장 인수 후보인 5개 회사는 가상데이터룸(VDR) 및 현장실사, 경영진 인터뷰(MP) 등의 절차를 마쳤다. 단독 후보자를 뽑기 전 남은 절차는 입찰 후보들의 가격 제시뿐이다. 입찰 대상은 IMM PE가 보유한 태림포장 지분 70%, 태림페이퍼와 태림판지의 지분 전량이다.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에는 한솔제지와 세아상역, 중국 샨잉(Shanying International Holdings), 베인캐피탈,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다섯 곳이 선정된 바 있다. 지난 6월 진행된 예비입찰에 10여 곳이 참여했고 이후 적격인수 후보로 압축된 5곳 역시 인수 의지가 충만하다는 점은 분명 태림포장에 호재다. 하지만, 시장에서 적정가는 큰 차이가 있다. 
 
폐지(골판지)가격 추이. 출처/자원순환정보시스템
 
밸류 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폐지 가격의 변동이다. 
 
지난해 포장 산업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초 중국에서 폐지·폐플라스틱 등의 수입제한 조치 발표와 더불어 국산 폐지의 물량이 적체되며 폐지 가격이 60%가량 하락했다. 원재료 가격 하락은 원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골판지 원지를 제조하는 태림페이퍼의 이번 반기와 지난해 원가율은 각각 76.35%, 77.3%다. 이는 2017년 88.7%, 2016년 86.8%보다 약 1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폐지 가격에 빈곤층 어르신들의 복지가 이어지는 점은 변수다. 정부와 국회가 폐지 가격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 입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지난해 7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폐지 수거 노인 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올해 들어 정책토론회 개최, 관련 업계 MOU 체결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원혜영, 김영진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폐지 가격 급락으로 인해 생계가 더욱 위태로워진 175만명 폐지수집 어르신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같은 달 환경부는 폐지 재활용업계, 폐지 수요업계와 폐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태림페이퍼는 폐지 수요업계에 속해있다. 결국, 골판지 제조 산업은 사회 구조 상 후방 산업에 가격을 전가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폐지 수집 어르신 보호대책 마련 긴급토론회. 출처/김영진 국회의원 홈페이지
 
E커머스의 확대를 고려할 때 전방산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지만, 가격 교섭력은 떨어진다. 
 
전방 사업자들이 골판지 회사들보다 큰 기업인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쿠팡, 위메프 등 E커머스가 확대되고 있었으나 포장 산업의 실적이 좋지 못했던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강서 나이스 신용평가 연구원은 "제지사는 산업 내 높은 경쟁 강도로 전방산업 교섭력이 약하기에 원재료 가격 변동 분을 제품 판가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제지업종 전반의 수익성은 원재료 가격 변동에 직접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골판지 산업의 샌드위치 같은 상황은 변동성이란 결과로 실적에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폐지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17년 태림포장의 영업이익률은 0.58%였다. 반면 5년간 가장 낮았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17년의 10배인 5.8%였다. 영업이익률의 변동성은 심한 편이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의 표준편차 대비 평균은 1.17수준이다. 평균/표준편차가 2보다 낮은 경우 변동성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재무비율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평균보다는 평균/표준편차를 제안한다"면서 "이것이 높다면, 수익성과 효율성이 우수하면서도 시기에 따라 그 편차가 적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산출 근거는?
 
시장에서는 태림포장·태림페이퍼·태림판지의 밸류를 7000억원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IMM PE의 매각 희망가로 알려진 1조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산업 변동성을 고려해 기준을 3년 평균 EBITDA로 삼을 때와 기준을 지난해 EBITDA로 삼을 때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 태림판지의 총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1648억원이다. 여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이·목재 종목들의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 가치(EV/EBITDA)는 6.5배를 곱하면 1조700억원이다. 순차입금 2000억원과 지분율까지 고려하면 7000억원 언저리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IB 업계의 중론이다. 
 
몇 년 간의 실적을 평균을 낼 경우 기업 가치는 크게 변동한다. 골판지 산업의 변동성을 고려해 최근 3년간 3개 회사의 EBITDA(1046억원) 평균에 멀티플 6.5배를 적용해 구한 기업가치는 6800억원이다. 차입금과 지분율을 고려한다면 4500억~5000억원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상호 동의할 수 있는 가격이 밸류"라면서 "상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M 입장에서 호재·악재는?
 
태림포장 딜은 호재·악재가 분명하다. 
 
IMM PE 입장에서 호재는 인수 의지가 있는 입찰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적극적이다. 세아상역은미래에셋PEF와, 한솔제지는 삼성증권과 진용을 꾸리며,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수 의지가 있는 입찰자가 많을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건 시장의 원리상 당연하다. 
 
반면, 가격의 상단을 제한시키는 요인도 있다.
 
우선 전주페이퍼의 존재다. 전주페이퍼는 모건스탠리PE가 58%, 신한대체투자운용이 42%를 보유한 상태다. 즉, FI가 엑시트를 위해 언제든 팔수 있기에 잠재적인 매물인 상태다. 게다가 웅진 그룹이 웅진코웨이(021240)를 재매각하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높은 가격으로 코웨이를 인수한 웅진은 3개월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현재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오케이케피탈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태림포장 매각은 변수가 많다기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밸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짚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