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엑스티, CB·금전신탁이 불러온 재무제표 착시 효과
자산의 36%인 금전채권신탁 이익귀속, 이엑스티 아닌 SC로위
이엑스티 상반기 당기손익의 77%, 파생상품 평가이익
공개 2019-09-11 09: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이엑스티(226360)는 주가가 떨어지며, 아이러니하게도 당기순이익이 커졌다. 또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조달한 돈은 금전채권 신탁으로 묶여있는데, 그 수익은 CB발행자에게 귀속돼있다. 그 결과, 재무제표의 착시효과가 생겼다. 실제 이익이 아닌 회계상의 이익이라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이엑스티는 매출액 133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의 9배를 넘는 3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금융수익 탓이다. 이엑스티는 금융수익으로 49.4억원을 계상했다. 이 중 FVPL금융자산의 평가이익 14.7억원, 파생상품평가이익이 27.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파생상품평가이익은 주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이엑스티는 제2회 무보증 담보부 전환사채(이하 2회 CB) 300억원을 272억원에 할인 발행했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150억원은 전환사채, 94.2억원은 파생상품부채, 27억원은 전환권 조정의 계정이 생겼다. 이 중 주가의 영향을 받는 계정은 파생상품부채다. 기초자산은 이엑스티의 주가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전환가액 아래로 하락하면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반면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주가가 내릴수록 CB관련 파생이익이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즉, 전환가액이 4074원이고 6월 말 종가 기준 이엑스티의 주가가 3615원이다 보니 파생상품부채가 평가이익으로 잡힌 것이다.
 
또한 2회 CB는 금전채권신탁의 계약으로 자금이 묶여있고, 그 신탁 계약으로 인한 수익은 CB를 매입한 SC로위(SC Lowy Financial(HK) Limited 이하 SC로위)에게 흘러간다. {(코스닥 울리는 금융거래)①이자율 무한대의 신종 금융 수법-기사 참고}
 
이엑스티 2회 전환사채의 주요 내용.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두 복합 계약의 결과, 당기순이익에 파생상품 평가이익이 잡히는 것 이외에도 이엑스티의 재무제표에 또 다른 착시가 발생한다. 
 
반기 대비 자산이 60% 증가했으나 매출액은 30% 감소한 부분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증가한 자산 272억원의 대부분은 국공채 매입에 사용됐다. 또한 국공채 투자로 인한 수익은 고스란히 SC로위로 흘러간다. 쉽게 말해 자산이 증가했지만, 이엑스티의 사업이 확장되거나 수익이 증가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회계상 자산은 '과거 사건의 결과, 기업이 통제하고 있고 미래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두 계약이 중복되며, 향후 이엑스티에 잠시 이익이 발생하고 그 이익이 모두 SC로위에게 귀속된다. 이엑스티의 36%에 달하는 자산은 SC로위의 이익을 위한 도관에 불과한 셈이다. 
 
이엑스티 재무제표 요약.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또한 총자산회전율은 급격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이엑스티의 수익과 무관한 자산이 늘어났기에 그만큼 '자산 비효율성'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총자산회전율은 연 환산을 하더라도 지난해 말의 60%P 가량 감소했다. 그 결과, 2019년 반기 기준 재고자산 회전율이 173.5회에 달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산 비중이 큰 탓에 회사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성이 발생했다. 
 
10대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재무제표 착시 효과도 생겼지만 자산의 비효율성이 발생한 것도 맞다"라고 진단했다. 

자산 비효율성 증가&파생상품 변동 손익…지속적 이슈 가능성↑
 
2회 CB로 조달한 자금이 묶인 상태인 점은 추후 모니터링해야 할 부분이다. 
 
전환사채는 금전채권의 형태로 신한은행에 신탁돼 있다. 아직 결정된 바 없으나, SC로위와 유사한 구조로 계약했던 동양네트웍스(030790)는 지난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조달한 525억원을 사용하지 못한 바 있다. 또한 SC로위와 계약 중인 포티스(141020), GV(045890), 크로바하이텍(043590) 역시 계약 이후 추가로 조달한 금액이 아직은 없다. SC로위와 계약한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사업을 위해 자금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하고 거액의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라고 하소연했다. 
 
파생상품 변동에 따른 손익은 향후에도 발생할 여지가 크다. 
 
리픽싱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2회 CB 계약에는'사채 발행 후 매 1개월이 경과한 날을 전환가액 조정일로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앞으로도 이엑스티의 주가 변동과 실적이 거꾸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 등락에 따라 발생하는 부채 규모의 변동이라는 점에서, 재무제표의 건전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서술했다. 
 
한편, 주가의 11% 하락으로 파생상품 부채의 29%가 이익으로 잡힌 부분은 수치상으로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주가의 변동성에 비해 평가의 변동성이 2.5배 이상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나 타 회계법인 전문가들은 가능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환 사채의 파생 부분을 쪼개는 것은 기본적으로 회계법인의 몫"이라며 "원칙 중심의 회계이기에 회계사 판단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의 위험도가 높아 내재할인율이 높고, 전환가격은 주가를 상회하고 있어 파생상품의 부채가 많이 계상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회생파산 관련 회계사는 "둘 간의 사적 계약이기도 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라면서 "최근 회계법인들은 엄격하게 심사하는 부분이고,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은 기계적인 부분"이라며 회사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극히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