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넷마블…강달러 영향력 얼마나?
원·달러 환율 상승, 수익·재무 '긍정적'
사드 논란 이후 막힌 판호 발급, 여전히 '막막'
공개 2019-08-21 08: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최근 넷마블(251270)은 부진한 실적 발표에 고평가 논란까지 이어지며 악재보다 호재를 찾기 힘든 기업이다. 하지만 호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고환율이 해외 매출이 높은 기업에게 호재라는 것이 일종의 공식과도 같다는 점에서 최근의 달러 강세는 넷마블의 하반기 기대감을 높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넷마블은 상반기 매출 1조38억원, 영업이익 671억원, 당기순이익 8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0.8%, 44.7% 감소했다. 매출액은 1조원을 돌파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기대작으로 꼽히던 블레이든앤소울 레볼루션과 BTS월드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킹오브 파이터 올스타와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각각 5·6월에 출시해 성과가 상반기에 완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광고선전비는 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하는 등 비용은 늘었다.
 
넷마블 2분기 실적. 출처/넷마블.
 
다만 3분기부터 실적 반등이 예측됐다. 특히 해외 매출이 높은 넷마블의 특성이 원·달러 환율이 강세인 현 상황과 맞물려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넷마블의 2분기 해외 매출은 339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64%다. 북미가 31%로 가장 많았고 일본 13%, 유럽 8%, 동남아 7% 순이었다.
 
북미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와 쿠키잼이 효자 노릇을 했다. 게임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가 15%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쿠키잼은 6%를 기록했다.
 
넷마블은 그동안 역량 있는 해외스튜디오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북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2015년 7월 잼시티(Jam City, Inc.)를 인수해 쿠키잼·판다팜·해리포터:호그와트미스터리·디즈니 이모지 블리츠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를 개발한 카밤(Kabam, Inc.)을 2017년 2월 약 9000억원을 투입해 사들였다.
 
 
북미 비중이 높다 보니 환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 작년보다 환율이 오르면서 영업외수익으로 인식되는 외화환산이익도 늘어났다. 외화환산이익은 화폐성 외화자산과 부채를 적절한 환율로 평가했을 때의 원화금액과 장부에 기록된 원화금액 사이에 발생하는 차액을 말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46.01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 1075.40원에 비해 70.61원 올랐다. 이에 넷마블 상반기 기준 외화환산이익은 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216억원보다 47.2% 증가했다.
 
당분간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7월 평균 1175.31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8월 들어 1200원을 돌파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13일에는 1222.2원으로 2016년 3월2일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세 부과가 12월15일로 미뤄지며 긴장은 다소 완화된 상태지만 1200원 대는 유지하고 있다.
 
강경 진압 논란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홍콩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중심인데, 시위 우려로 인해 외국계 자금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조치에도 미중 긴장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홍콩 시위 무력진압 가능성으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원화 환율변동이 세전이익에 미치는 영향.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넷마블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기준 달러가 10% 올랐을 때 세전손익이 449억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지킨다면 넷마블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도기욱 넷마블 재무전략 담당 상무(CFO)는 지난 12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외화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자금수지 역시 흑자인 만큼 재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중국 시장 진출이 더욱 힘들게 된 점은 부정적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논란 이후 국내 게임의 출시 허가를 막아왔으며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국내 업체가 미국 편에 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지속하고 있다.
 
넷마블은 대표작 리니지2레볼루션 판호 발급을 2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로열티 수입으로만 연간 1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등 중국 게임 시장의 잠재력이 상당해 포기하기는 아쉬운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잠재력이 큰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이 사실상 막혀 있다”라며 “사드배치, 미중 무역갈등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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