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딜…소 잃고 외양간도 잃는 '웅진'
한투의 빠른 결정…SK네트웍스, 코웨이 인수 '꽃놀이패' 쥐어
딜 성사에 집중하는 한투…웅진은 바라보기만
공개 2019-08-09 09: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웅진(016880)그룹은 코웨이 딜의 중심이지만, 소외되고 있다. 웅진그룹의 자금 사정에서 파생된 딜로 급매 성격이 강하다 보니 경쟁사인 SK네트웍스(001740)는 별다른 조건 없이 코웨이의 사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갔다. 경쟁 업체도 적어 상황에 따라 시장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코웨이를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021240)의 매각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은 SK네트웍스와 중국 가전기업인 하이얼, 베인캐피탈 그리고 글로벌 PEF 칼라일 등 네 곳에 적격예비인수후보자(숏리스트)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주요 전략적 투자자(SI) 후보로 거론됐던 LG전자, GS리테일, 롯데쇼핑, 신세계 등은 모두 입찰을 포기한 바 있다. 
 
진행 상황은 웅진그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매물이 웅진코웨이란 점을 비춰볼 때 흥행이 예상됐던 터이나, 예상 매각 가격이 높아 입찰 후보자가 적은 모습이다. 
 
매수자 우위로 형성된 시장은 웅진그룹 내부 사정도 한몫 한다. 웅진그룹은 당장 다음 주 만기가 도래하는 1100억원 상환까지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유동성에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다. 게다가 웅진에너지 부도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산업은행의 지원 역시 희박해지며 장기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웅진 사모채 발행 내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이 상황은 SK네트웍스에게 '꽃놀이패'를 선물했다. SK네트웍스는 소정의 정보 이용료로 렌탈 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의 사업 노하우를 얻는 건 기본인 가운데 가격이 맞는다면, 국내 1위의 렌탈 회사를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입찰은 매우 상식적이다"라면서 "인수 의지가 없더라도 투자설명서(IM)와 가상데이터룸(VDR)을 보는 비용 몇 푼만 지급하면 굉장히 상세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상장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VDR에 담겨있는 내용은 공시를 하는 자료가 아니기에 굉장히 얻기 힘든 자료"라면서 "방문 판매 업체를 관리하는 방법, 마진을 내는 방법 등을 찾아내 동종 업종 자회사인 SK매직 사업에 활용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입찰의향서(LOI)의 가격은 구속력이 없는 논바인딩(non-binding)이다. 만약 예비 입찰 시 인수의향서에 인수가격에 바인딩 조항을 넣는다면 본 입찰 시에도 예비 입찰에서 적은 가격에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원래 동종 업계에서 인수·합병(M&A) 입찰(Bidding)이 들어오면 데이터를 주는 걸 최대한 늦춘다"면서 "바인딩 조항을 시키고 나서 VDR 등의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딜 클로징이 주 목적인 상황이라 급하게 처리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웅진그룹과 한국투자증권이 윈윈(Win-Win)하는 방향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오늘만 영업할 것이 아니기에 매각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웅진 입장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전략을 짜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매수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 역시 SK네트웍스에게 호재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언급되던 매각가는 23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는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 자금으로 소요한 2조원을 맞출 수 있는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웅진이 코웨이를 재매입할 때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코웨이의 밸류를 높게 측정했다고 본다"면서 "이번 인수 희망자들은 가격을 낮춰 정상가격에 사고 싶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인수 후 3개월 동안 웅진코웨이는 크게 변한 부분이 없다"면서 "과거 주인이었던 MBK파트너스가 유통망, 인력, 제품 등 모든 면에서 엄청난 효율화를 통해 이익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렸다"라고 말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했을 당시 주당 인수가액은 103000원이었다. 인수 당시 주가 83900원 대비 22.7% 높은 수준이다상각전영업이익(EBITDA) 멀티플을 추정했을 때에는 11.6배였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
 
관련 종목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