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심수진 기자]
이지바이오(035810)그룹이 재무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또 한 번 기업공개(IPO)카드를 활용한다. 이지바이오는 축산업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투자로 악화된 재무 흐름을 육류 가공업체 마니커에프앤지의 IPO로 개선할 복안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니커에프앤지는 이날까지 양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실시한다. 오는 7~8일 공모청약을 실시해 20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3400~4000원, 공모주식 수는 260만주다. 공모금액은 88억~104억원으로 마니커에프앤지는 상당부분(64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마니커에프엔지는 이지바이오그룹의 계열사로, 이지바이오가 지분을 49.93% 보유하고 있는 팜스토리의 100% 자회사다. 오는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 이지바이오그룹의 일곱 번째 상장사가 된다.
모회사인 이지바이오는 1988년 설립된 사료첨가제 및 자돈사료 제조기업이다. 다수의 인수합병(M&A)과 계열사를 세워 사료부터 양돈·양계, 도축, 유통까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이를 수직계열화했다. 40개가 넘는 종속회사를 보유 중이다.
사료사업과 육가공사업, 가금사업 그리고 바이오사업까지 축산업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도로 구축한 만큼 사업 안정성은 양호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지바이오 전체 매출의 약 71%(연결 조정 제외)를 차지하는 사료 사업부와 육가공 사업부는 높은 점유율로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가금 사업 부문도 지난 2017년 흑자 전환했다. 현재 사료사업은 △이지바이오를 비롯한 △팜스토리 △이지팜스가, 육가공사업은 △팜스토리 △우리손에프앤지 △안성 △우포월드 등의 회사가 영위 중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한국기업평가
하지만 이지바이오는 사업을 키우며 차입금도 함께 늘었다. 지난해 또봉이 F&S, 컬투치킨, 신선산오리 등을 M&A하고 계열사인 Easy-Thailand 지분인수 등 투자를 늘린 탓이다. 작년 한 해 동안 M&A에 투자한 금액은 약 546억원, 지분 인수에 64억원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자기 자본 비율을 높여 연결 기준 총 차입금 의존도는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60% 수준의 차입금 의존도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지만 여전히 과중한 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차입금 의존도가 45%를 초과하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앞서 상장한 우리손에프앤지(402억원), 옵티팜(224억원)에 비해 마니커에프앤지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금액이 크지 않아 당장 유의미한 영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마니커에프앤지의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37억원으로, 단순계산 시 차입금 상환에 64억원이 투입되면 차입금의존도(24.4%)를 10%대까지 낮출 수 있다.
다만, 이지바이오의 경우는 1분기 기준 차입금이 7974억원으로 마니커에프앤지의 상환분을 반영해도 차입금 의존도는 45.7%에서 45.4%로 바뀌어 큰 차이가 없다. IPO로 확보하게 되는 자금 중 차입금 상환을 제외하고 남은 23억원을 기계장치 매입, 교체,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므로 자산규모가 증가해 차입금의존도는 이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자산총액이 1조7430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역시 감소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이지바이오 일부 계열사의 부진이 그룹 전체의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줄 위험도 안고 있다. 계열사 간 지급보증이 과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지바이오가 팜스토리, 이지팜스, 서울사료, 마니커 등에 지급보증을 섰고, 이 중 팜스토리는 다시 서울사료, 마니커, 마니커에프앤지에 지급보증을 섰다. 우리손에프앤지는 우포월드, 문경양돈법인에 지급보증 중으로 약 5500억원 규모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계열 사업구조가 축산업에 집중돼 있다 보니 축산물 수급 변화에 따른 시세 등락, 가축 질병 등에 따른 사업위험을 공유하고 있다"라며 "이지팜스, 마니커 등 계열사의 재무구조가 미흡해 특정 회사의 재무위험이 발생할 경우 계열 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