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성장과 거리가 멀어진 세방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요구한 주주서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주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세방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1일 세방 관계자는 "배당에 관해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당 성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크게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1977년 상장한 세방은 보수적인 배당 정책을 고수해왔다. 2006년부터 13년간 배당금은 35억원 혹은 40억원이었다. 배당 성향은 13년 평균 11% 수준이다. 기존의 트렌드를 벗어나 내년 배당 성향이 바뀐다면 2005년 이후 15년 만의 변화다.
세방의 배당성향.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배당 정책과 유사하게 세방의 경영 스타일은 안정에 초점이 맞춰있다. 우선 레버리지 경영을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방의 총 차입금 의존도는 최근 5년간 2~4.6%다. 순 차입금 의존도는 줄곧 마이너스다. 이는 돈을 빌리지 않고 경영을 했다는 의미다. 즉, 주주가 자기자본으로 자산을 구입하고 매출을 발생시켰다는 의미다. 차입금이 없다 보니 부채 비율도 낮다(연결기준 5년 평균 24%).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3년 평균 186%, 현금비율은 3년 평균 33%다.
안정과 맞바꾼 활력…수년째 이어진 업황 부진
안정성 면에선 우수한 세방이지만, 성장성 면에선 그렇지 않다. 특히 자산 활용, 매출 증가 관련 비율은 정체 수준이다. 세방의 총자산 대비 매출액은 매년 일정하다. 변동성은 없는 수준이다. 세방의 5년간 총자산 대비 매출액의 평균을 변화 수준(표준편차)으로 나누면 132.23이다. 3년으로 시야를 좁히면 93.71이다. 보통 10 이상이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데, 세방은 그의 9배~13배인 93~132 수준이다.
세방의 주요 지표 변화율.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게다가 매출액 역시 5년 평균 (-)0.17%, 3년 평균 (-)0.03%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세방의 매출은 퇴보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다. 세방의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76%였지만,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9%,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8%로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세방 측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투자는 영업이익 내에서는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데이터와 세방 관계자의 말을 종합한다면, 세방의 향후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투자를 하는데 영업이익은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사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운송 산업의 전망도 좋지 않다. 연초 나이스신용평가사에서 발행한 재무비율에 의한 산업위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운송업은 31개 산업 부문 하위권에 랭크됐다. 육상운송업은 22위, 해상 운송업은 30위다. 지난해 순위도 같았다. 해상운송의 경우 지난 5년간 산업 위험 등급은 꾸준히 BB-다. BB-는 주택건설업, 대부업을 제외하고 산업 위험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채원 표 행동주의’…배당 'Up'·경영 참가 'No'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금의 배당 성향에서 2~3배가량 높이길 원한다. 연결 기준 현금 배당의 성향을 지금의 10% 수준에서 20~30%로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일반적으로 미국은 50% 이상의 배당 성향을 보인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20~30%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회사의 성격에 따라 적정 배당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성장을 통해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추구하는 회사인지, 고배당 성향의 회사를 (주주가)알 수 있게 해야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영 참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예민한 부분까지는 건들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같은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 펀드와는 다른 모습이다. 강성부 펀드는 지난 1월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했다. △그룹 내 주요 기업의 IPO △차입 규모 감축 △자산 재평가 △오너 통제를 위한 지배구조 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이 대표는 세방전지의 배당 성향 증가도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회사인 세방전지의 배당을 늘려 세방이 배당금을 지급할 여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세방전지는 성장형 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기존 축전지 사업 이외에 리튬 이온 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추가 성장을 할 여지도 남아 있다.
세방전지는 축전지 제조,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축전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1위다. 최근 3년간 국내 시장 점유율(수출 포함)은 38% 수준이다.
매출액은 증가세인 가운데 자산 활용도도 세방보다 한수 위의 모습을 보인다. 5년간 매출액 증가율도 5.6%다. 자산 활용도 역시 나쁘지 않다. 세방전지의 지난해 ROE는 9.8%다. 3년 평균으로는 6.7%, 5년 평균 ROE는 8.7%를 기록했다.
또한 영업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 활동도 활발하다. 세방전지는 지난해 1489억원을 영업을 통해 벌어들였다. 지난 5년간 평균 910억원을 벌어들였다. 투자 활동은 더 활발하다. 지난해 2329억원을 투자 활동으로 사용했으며 지난 5년간 평균 투자 금액은 1570억원이다. 이는 성장을 위해 레버리징을 일으켜 기업을 키우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세방전지의 향후 방향성은 오리무중이다. 자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를 통해 리튬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는 수준만 알려졌다. 추가 계획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다. 이는 세방그룹이 기업 홍보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 역시 주주와의 소통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세방그룹은 기업을 알리려는 의지가 적다"면서 "기업의 정체성, 현금 보유량이 많은 배경 등을 상장 기업인 이상 공개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세방, 세방전지의 주요지표 추이.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