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 초유의 대형항공사(FSC) 인수전인 아시아나항공 매각(M&A)의 막이 올랐다. 문제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기본 매각의 원칙으로 통매각을 천명한 상태지만 인수전이 장기화할 경우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9월로 예정된 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자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M&A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중요 포인트로 ‘인수기업 신용도와 기업규모’ 등을 짚는다.
26일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은 지난 25일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31%(6868만8063주)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대한민국 최초의 대형항공사(FSC) 인수전이 시작된 것이다.
인수참여희망자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숏리스트(인수후보)를 9월 내 확정하고, 이후 본입찰에 들어가게 된다. 계획대로 될 경우 아시아나 딜은 연내 종료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주주들이 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의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분리매각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매각하는 ‘통매각’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원칙은 통매각이지만 상황에 따른 분리매각 가능성도 열려있다”라고 밝혔다.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구주 물량을 25일 종가 기준(주당 6160원)으로 환산하면, 구주 인수 비용은 약 4231억원이 된다. 여기에 1조원의 유상증자 참여비용과 약 20%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시장은 인수금액이 2조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가격은 협상과정에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복잡한 셈법…가늠쇠는 인수자 신용도
사이즈가 큰 딜인 만큼 인수자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인수 포인트로 ‘인수자 신용도’를 꼽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원인이 경영실패에 따른 과도한 차입금 등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수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차입 부담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결 기준 평균 부채상환계수(DSCR)는 0.37을 기록했다. 한 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1년 내 갚아야 할 빚의 37%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 부채상환계수.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문제가 당장 불거질 가능성은 적다. 인수 이후 1조원 규모의 신주 발행 금액이 유입될 수 있으며, 산업은행도 1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 등을 확약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자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차입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채무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운용리스 제외 금융부채는 약 3조405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이자비용도 562억원이나 됐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이자만 2000억원이 넘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매각 주도권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실무자에게 이관한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칼자루를 채권단이 쥐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단기적으로 보면, 채권단은 부실한 곳에 투입된 세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곳을 선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차입금을 연장하면서 이자수익을 지속적으로 얻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매수자 입장에서 보면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차입부담을 짊어져야 하므로, 자금조달과 차입금 연장 등의 판단 지표가 되는 신용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도자는 금호산업이지만, 실상은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더 큰 상황”이라며 “매도자 입장과 매수자 입장 양쪽 모두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결국 인수기업 신용도”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일컬어지는 기업은 SK, 한화, GS, CJ, 애경 등이다. 이 중 애경그룹을 제외하고는 인수의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 오히려 몇몇 기업은 인수에 대해 “관심없다”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기업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주회사 GS도 AA+/안정적이다. 한화는 A+/안정적이고, CJ는 기업 신용등급이 없지만 회사채 등급은 AA-/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경그룹은 지주회사 및 회사채 신용도 등이 없는 상태다.
M&A 업계 관계자는 “신용도는 결국 자금조달 능력과 시장에서의 신뢰”라며 “시장에서 SK 등을 특히 주목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SK 서린사옥. 사진/뉴시스
몸집 작은 애경…전략적 승부수 띄울까?
기업 신용도와 함께 볼 수 있는 지표로는 자산규모를 들 수 있다. 자산규모는 단순히 말해 기업의 크기를 의미한다. 곧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비롯되는 차입부담 등을 보다 잘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5월 기준 SK의 자산규모는 218조원, 한화는 66조원, GS는 63조원, CJ는 31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애경은 5조원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 자산규모(약 10조7874억원)보다도 작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시장이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애경보다 일단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를 보이는 SK 등을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M&A 업계 관계자는 “애경의 경우 기업 사이즈 등을 고려하면 분리매각을 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리매각이 안 된다고 하면, 일단 사모펀드(PE) 등과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인수하고 이후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만 남기고 대신 아시아나항공은 PE에 넘기는 전략을 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경그룹은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시너지 효과 각양각색…“항공업 보유 그룹, 국제적 위상 다르다”
재무적 지표 검토에 앞서는 것은 결국 기업의 인수 의지다. 즉, 사업적 시너지가 있어야 한다.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시너지를 저마다 기대해 볼 수 있는 입장이다.
SK와 GS는 정유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연료유류비가 무려 1조8293억원에 이르므로, SK이노베이션이나 GS칼텍스가 이들 항공유의 공급 비중을 늘리게 되면 실적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
CJ의 경우 항공물류 사업으로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으며, 한화는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는 자회사를 갖고 있다. 애경그룹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소유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M&A 단계에서의 시너지를 볼 때에는 넓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봐야 하고, 특정 사업 부문과의 연관성보다는 전체 그룹에 득이 될 수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 단계에서의 사업 시너지가 충분하지 않아도, 향후 사업 전개에 따라 얼마든지 시너지는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기업은 저마다 사업적 시너지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라며 “다만 인수 시너지를 가늠하려면 현재의 사업적 시너지뿐만 아니라 미래 시너지와 그룹 전체 차원에서의 시너지를 함께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나 해운사를 갖고 있는 그룹은 국제 시장에서의 위상이 다르다”라며 “아시아나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얻게 되는 마케팅 효과가 상당하므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에게는 탐나는 매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