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활동성이 줄어든
동원시스템즈(014820)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보유한 현금을 빚을 갚는데 쓰지 않고 공장을 짓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경영상의 판단은 기존 사업의 재고 부실화를 극복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25일 동원시스템즈는 총 800억원(3년물 500억원, 5년물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600억원까지 증액 발행될 수 있다. 공모 방식으로,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0.20~0.15%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NICE신용평가는 'A+/안정적',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으로 동원시스템즈의 등급을 부여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조달한 자금을 전부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영자금은 모두 기존 은행대출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회사는 기존의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1분기 현재 동원시스템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넓게 보면 1127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 좁게 보면 1027억원이다. 보유한 현금만으로도 동원시스템즈는 800억원의 차입금을 갚을 여력이 있다.
보유한 현금은 무균 충전 사업을 위한 공장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무균 충전 사업은 '아셉틱(aseptic)'공법을 활용해 용기에 음료수를 무균 상태로 충전한다. 기존의 페트병 충전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기술이다. 과즙 음료, 차 음료 등 세균 번식이 쉬운 음료수를 충전하는 사업까지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번식을 막는 공법을 활용한 페트병은 기존 페트병보다 고부가가치 상품인 셈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페트병이 한 겹으로 보이지만, 여러 겹의 필름으로 돼있다"면서 "각각의 필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는 세균들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를 통해 50%(지난해 기준 51.03%)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회사는 7%대의 영업이익률을 한 단계 높이고, 주로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인 페트병 시장 내 전방 사업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그는 "생수마다 물통의 두께가 다양한 것처럼 회사들은 기능부터 디자인까지 다양한 요구를 한다"면서 "고도의 기술까지는 아니지만, 해당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경우 수요자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다고 설명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동원시스템즈는 무균 충전 공장에 투자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높이면 현 수준의 이익 창출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낮아진 재고 자산 회전율…고부가가치 사업 개척 필요성↑
재고자산 관련 비율.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동원시스템즈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년 하락세다. 2016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8.87회였던 재고자산회전율은 올해 1분기 4.93회로 낮아졌다. 2017년 5.98회로 추세적인 하락세도 나타났다.
2018년 3월까지 자회사였던 동원건설산업의 재고자산이 포함됐기에 적절한 지표로 활용되기 어렵다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말 ‘완성주택/용지’ 등 건설부문과 관련된 재고자산은 29억원으로 재고자산의 1.9%수준이다.
또한 재고자산의 보유수준이 전체적으로 증가해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의 구성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의 구성 비율은 △2016년 10.25% △2017년 12.9% △2018년 14.7% △2019년 1분기 말 14.7% 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물건이 팔리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회사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다만, 매출액은 증가하거나 감소 속도가 완만할 수 있다. 마치 회전율이 높았던 냉면집에서 손님이 줄어들자 오히려 냉면 가격을 높여 매출액을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주관사인 KB증권 측은 "재고자산 규모가 증가하면서 재고자산회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평가 및 감모손실의 위험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면서 "외형 확대에 따른 매출 및 운전자본 규모 확대로 재고자산 관리의 효율성이 악화되는 등 운전자본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익성 및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0대 회계법인의 파트너(이사) 회계사는 "재고자산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재고가 묶여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는 생산기간이 길거나 다 만들었는데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전률이 떨어진다는 말은 부실한 재고가 많다는 의미와 동의어"라면서 "회사가 부실해지는 시그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보유한 자산과 재고자산의 물가 상승률이 확연히 다르거나 월 단위로 가격 변동성이 심해 연초, 연말의 가격 차이가 심할 경우는 다소 예외가 생길 수 있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