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항로는
③이재용 소환기로…삼성전자 '투자 전선과 무관'
반도체 사업에 오너 카리스마 영향 제한적
반도체 가격, 추세적 하락으로 투자 주춤
공개 2019-07-24 08:30:02
시가총액 273조원인 삼성전자는 어떤 기업이라고 정의내리기 어렵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2위인 SK하이닉스(50조원)보다 5배 이상 많다. 또한 CE(백색가전), IM(스마트폰), DS(반도체, 디스플레이), 하만(전장 사업) 등 사업부문도 다양하다. 한 10대 회계법인 이사는 "삼성전자는 왕국이다"라면서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B토마토는 왕국의 현 상황을 영업활동, 재무활동, 투자활동으로 파악해 삼성전자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9.07.07. 사진/뉴시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삼성전자의 위축된 투자 활동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은 큰 관계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또한 반도체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만한 다른 사업 부문의 특별한 투자가 아직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실적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투자에 대한 유연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1분기 투자, 지난해 대비 '반 토막'
 
16일 IB토마토는 자산 운용, 이코노미스트, 회계법인, 국내외 신용평가 전문가에게 '올 1분기 크게 줄어든 삼성전자의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유·무형 자산의 투자는 4.5조원이었다. 2018년 1분기 투자금액인 10.1조원과 비교할 때 올해 투자는 절반(5.6조) 이상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투자액은 연간 투자액보다 변동성이 큰 편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삼성전자의 1분기 유·무형 자산 투자액의 변화 정도가 그 전해와 비교해 50% 이상 감소한 경우는 2013년도 1분기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08~19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투자 관련 지표의 흐름. 출처/DART
 
2013년 1분기 삼성전자의 유·무형자산의 투자는 3.7조원으로 전년(2012년)의 7.8조원과 비교해 4.1조원(52.5%)이 감소했다. 감소한 원인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에 따라 높아진 경영 불확실성 △거의 마무리된 반도체 설비투자 등이 거론됐다. 
 
2019년 1분기 삼성전자의 모습과 2013년 1분기는 경영의 불확실성 측면에서 유사하다. 
 
2013년 1분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도 불참하는 등 1분기 내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병 치료를 위해 국외에 머물고 있었다. 
 
2019년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재판과 관련한 이슈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소환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대법원의 선고도 앞둔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 설비투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유익선 한화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그거(소환과 재판 선고) 자체는 큰 오너리스크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삼성의 의사 결정이라는 것이 충분히 중요한 의사 결정 측면에서 참모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쨌든 대표 체제에서 흘러들어가는, 그리고 숫자는 이재용 회장이 어느 정도 불편한 환경이 있어도 체크가 가능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 업황에 달려있는 삼성전자의 투자 정책
 
반도체 산업은 영업이익의 변동성이 크다.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회계사는 "공장을 하나 만드는데 돈을 많이 들기에 고정비가 커 공급의 조절이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산업 위험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1분기와 2019년 1분기는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업황이 달랐다. 2013년에는 4차 산업혁명이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제품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났다. 
 
2013년 1분기는 2011년·2012년 역성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으나 1분기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에 무게감이 실렸다. 그렇기에 1분기에는 유·무형 자산의 투자가 감소했지만, 2013년 온기 투자 금액은 전년(2012년)보다 증가했다.
 
2010년 전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 출처/DART
 
반면 2019년 1분기는 설비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진 상황이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것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영국 금융정보서비스기업 IHS MARKIT은 올해와 이듬해 DRAM, NAND 플래시의 판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DRAM의 경우, 올해 고정거래가격(ASP)이 지난해 기가바이트당 93만달러보다 35.5% 떨어진 6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Dram의 판매가격 추이. 출처/DART
 
게다가 삼성전자는 유·무형 자산에 2017년 43.7조원, 2018년 30.5조원을 투자하며 투자액을 크게 늘린 바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이익이 거의 반토막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그렇기에 꼭 작년만큼 투자하는 게 좋다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그룹의 성공 비결이 아무리 불황에 투자했던 것이라 하더라도 유연한 경영 정책이 필요한 타이밍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9년 1분기와 투자활동 측면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인 2013년 1분기와 비교해 봤을 때 투자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경영의 불확실성보다는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었다. 
  
이는 다른 대규모 기업 집단들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SK그룹을 대표하는 SK하이닉스는 최태원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이던 2013~2015년과 다른 시기를 구분 지을 수 있는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도체 산업의 업황이 좋아질 것이란 예상 아래 꾸준히 투자금액을 늘려왔다고 풀이하는 게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화 그룹, CJ그룹 역시 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이던 시기와 다른 시기와 특별한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 수준과 판결과 소환의 연관성에 대해 홍 이코노미스트는 "그게(소환과 재판 선고) 무슨 연관이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면서 "우리나라 재벌들은 그런 거 없다"고 질문을 일갈했다. 
 
12~17 SK하이닉스, 한화, CJ의 주요 투자활동. 출처/DART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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