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새판짜기)③공모주 선점 대신 10개월 묶인다…기관 셈법은
홍콩 6개월·싱가포르 계약 자율…국가별 운영 방식 차이
국내 6·8·10개월 차등 적용…기관 참여·공모가 안정 관건
공개 2026-09-1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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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에 집중되고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 역시 적정 기업가치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라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11월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확인하는 사전수요예측과 장기투자자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가 시행된다. <IB토마토>는 현행 IPO 가격결정 구조의 허점을 짚고 새 제도가 공모가 산정과 상장 후 수급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 아울러 제도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진단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코너스톤투자자 제도가 오는 11월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처음 도입된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공모주 일부를 장기 투자자에게 사전 배정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지만, 보호예수와 배정 조건은 국가별로 다르다. 국내에서는 보호예수 기간을 6·8·10개월로 나눠 적용하고 투자자 자산규모와 배정한도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데 비해 사전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에는 한도가 있어 실제 기관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진=AI 제작·IB토마토)
 
수년간 도입 논의만 반복…오는 11월 시행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장기 보유를 약정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사전 배정하는 제도다. 발행회사는 장기 투자자를 미리 확보해 미매각 위험을 낮추고, 기관은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대신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한국거래소가 글로벌시장에 부합하는 시장 진입요건 개선과 공모가격 합리화를 위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검토 계획을 언급하면서 이후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2020년에는 금융위원회가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제도 도입이 논의됐다.
 
지난해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두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됐고, 이를 반영한 정무위원회 대안이 올해 4월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도는 오는 11월1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도입 배경에는 기존 기관 수요예측의 가격 왜곡 문제가 있다. 기관이 공모주를 많이 받기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한 뒤 상장 직후 매도하면서 공모가와 상장 이후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개정 자본시장법은 희망공모가 밴드를 정하기 전 기관의 평가와 투자수요를 확인하는 사전수요예측을 허용하고, 장기 보유를 약정한 기관에는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은 6개월 의무보유…싱가포르는 개별 계약
 
해외에서는 크게 공모주를 사전 배정하는 코너스톤투자자 방식과 기관의 투자 의향만 미리 확인하는 사전수요조사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대표적인 시장이다. 기관은 최종 공모가격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약정 물량을 보장받고, 배정받은 주식은 상장 이후 최소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코너스톤투자자는 발행회사와 독립된 기관이어야 하며 신원과 배정 물량도 투자설명서에 공개된다. 홍콩거래소는 배정 물량의 절반을 상장 3개월 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기존 6개월 보호예수 요건을 유지했다.
 
싱가포르는 발행회사와 투자자가 별도 계약을 맺어 공모주 인수 물량과 조건을 정한다. 투자자 자격이나 보호예수기간을 일률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개별 계약을 통해 투자조건과 인수물량 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홍콩보다 자율성이 크다.
 
미국과 일본은 공모주를 미리 배정하기보다 공모가격 설정 전 기관의 평가와 투자 의향을 확인하는 제도를 활용한다.
 
미국은 ‘Test-the-Waters’를 통해 발행회사와 주관사가 증권신고서 제출 전후 적격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미국은 Test-the-Waters 과정에서 허위사실이나 중요정보 누락이 있는 경우 증권법상 책임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공모예정가격을 정하기 전에 기관의 예상 수요를 파악하는 'Pre-Hearing'을 활용한다. 주관사는 사전에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참여 기관은 비밀유지와 거래제한 약정을 체결한다.
 
이번에 도입되는 국내는 미국·일본식 사전수요예측과 홍콩·싱가포르식 공모주 사전배정을 함께 도입한 형태다. 기관의 평가를 희망공모가 산정에 활용하면서 장기 보유 기관에는 실제 물량까지 보장한다.
 
아울러 국내 제도는 해외보다 배정 기준이 구체적이다. 코너스톤투자자 배정한도는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내에서 유가증권시장 전체 20%·개별 10%, 코스닥시장 전체 30%·개별 20%로 설정될 예정이다.
 
금융위가 마련한 하위법규 개정안에 따르면 배정 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나머지 20%는 10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홍콩보다 보호예수기간을 세분화하고, 싱가포르와 달리 법규로 조건을 정한 구조다.
 
제도가 시행되면 높은 가격을 제시한 뒤 상장 직후 매도하는 기관의 허수성 주문은 일정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보호예수 부담으로 기관 참여가 저조하거나 기관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보호예수 종료 이후 매물이 출회될 우려도 남는다. 처분을 일정 기간 제한하더라도 기관의 투자 성향 자체가 장기투자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관의 단기 매도를 억제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IPO 시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시행 이후 따져봐야 한다"며 "기관이 보호예수 부담을 반영해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발행회사가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의 실제 참여 정도와 공모가 산정 효과, 보호예수 해제 이후 매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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