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균열)②같은 적자인데 성과급은 수억원 차이
삼성전자 DS부문 적자 사업부도 억대 성과급
적자 기록한 삼성SDI는 OPI 사실상 '제로'
실적보다 소속 계열사 중요해진 성과급 체계
공개 2026-06-23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18일 17:34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성과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영업이익과 연동한 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잇달아 도입하며 성과주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계열사별 보상 격차가 커지면서 성과급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성과급 양극화가 그룹 내부에 남긴 균열과 향후 인재 전략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같은 적자를 기록해도 어느 회사에 소속됐느냐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달라지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흑자와 적자가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업의 전략적 중요도와 인재 확보 필요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핵심 계열사 소속 적자 사업부는 그룹 차원의 성과급 재원을 공유하는 반면 업황 부진을 겪는 적자 계열사들은 성과급 지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같은 적자 부서인데…상대적 박탈감 높아져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의 성과급 갈등은 계열사 간 격차를 넘어 적자 사업부와 적자 계열사 사이의 보상 차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 부문 내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는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노사 잠정합의를 통해 신설된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번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업부별 실적이 아닌 DS부문 전체 성과를 기준으로 재원을 조성한 뒤 사업부별로 배분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수혜를 입은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평균 6억3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같은 DS부문 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 역시 2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사업부 역시 DS부문 전체 실적 개선에 따른 혜택을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SDI(006400)는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배터리 업황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은 2022년 1조 8080억원에서 2023년 1조 5455억원, 2024년 2734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2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초과이익성과급(OPI)도 사실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는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동안 적자 계열사는 성과급 재원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성과급 분배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같은 적자를 내더라도 어느 계열사 소속인지, 어떤 사업을 담당하는지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달라지면서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복되는 온도차…맏형 계열사가 사실상 기준
 
과거 자조적으로 '형 눈치 보는 동생 계열사'라고 말하던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LG(003550)그룹도 사정이 비슷하다. LG전자(066570)는 올해 전장(VS)사업본부에 기본급의 539%를 경영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매출 11조 1357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성과가 반영됐다. 에너지솔루션(ES)사업본부도 215~445%, 생활가전솔루션(HS)사업본부는 200~32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75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 역시 기본급의 47%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LG전자는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라도 회사 전체 실적을 기반으로 일정 수준의 보상을 받는 구조다.
 
반면 다른 계열사인 LG화학(051910)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성과급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화학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석유화학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영향으로 실적 부담이 커졌다. 이들 계열사는 2년 연속 영업 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성과급 지급에 대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지면서 LG화학 노조는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계열사 전반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과급 지급이 힘들어지자 자회사 배당금까지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셈이다.
 
LG그룹 내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계열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자회사 배당금까지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보상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김규리 경청하고 질문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