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그동안 대형 벤처캐피탈(VC)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들어 신생 벤처캐피탈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 한국벤처투자가 지난 2018년 도입한 모태펀드 루키리그가 변화의 출발점이다. 루키리그는 신생 운용사의 도전 무대이자 실력을 입증할 발판이 됐다. 이를 통해 탄생한 슈퍼루키들은 현재 1조원이 넘는 자펀드를 운용하며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IB토마토>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거쳐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소형 벤처캐피탈의 성장기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밴처캐피탈(VC) 중에서는 모태펀드 루키리그를 거치지 않고도 운용자산(AUM) 규모를 늘리며 덩치를 키우기도 한다. 특히 넥스트지인베스트는 문화·농식품 계정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선정 등을 토대로 홀로서기 중이다. 2023년 지역혁신 벤처펀드, 지난해 문화계정 지식재산권(IP), 올해 농식품 분야 GP 등을 잇달아 따낸 바 있다. 여기에 모태펀드 관광부문 출자사업 GP 최종 선정도 9부능선을 넘었다. 현재 AUM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사진=한국벤처투자)
 
 
 
 
 
  
'비 루키리그' 넥스트지인베스트, 지역밀착 투자로 성장
 
30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이하 넥스트지인베스트)는 모태펀드 관광기업육성 분야 8월 수시 출자사업에서 로건벤처스와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큰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GP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NBH캐피탈-씨엔티테크-유진자산운용 컨소시엄, 포스트자산운용은 이번 출자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넥스트지인베스트는 모태펀드 관광 부문 최종 GP 자격을 따낼 경우 모태펀드 출자금 225억원을 토대로 최소 347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주목적 투자대상은 관광 관련 중소기업과 프로젝트다. ▲관광진흥법상 관광산업에 해당하는 기업 및 프로젝트 ▲관광산업 특수분류상 연관 산업에 해당하는 기업 및 프로젝트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관광분야 벤처기업 ▲한국관광공사가 발굴한 관광 벤처기업 및 크라우드 펀딩 유치 성공 기업 및 프로젝트 등이 해당한다. 
 
넥스트지인베스트가 다른 운용사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지역 밀착 전략'이 꼽힌다. 넥스트지인베스트는 지난 2023년 213억원 규모의 '넥스트지 지역혁신산업펀드', 올해 5월 94억5000만원 규모의 '넥스트지 인구활력펀드' 등을 결성해 지역 기반 기업 투자를 활발히 해왔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제주 소재 웹툰·애니메이션 제작 기업 '케나즈', 충청남도 아산 소재 반도체용 프로브카드 생산 기업 ' 마이크로프랜드' 등이 꼽힌다. 
 
넥스트지인베스트는 2016년 설립된 상상벤처스(전 화이인베스트먼트)가 2021년 신생 벤처캐피탈이었던 넥스트지인베스트와 합병하면서 태동했다. 당시 벤처캐피탈 간 인수합병(M&A) 첫 사례였기 때문에 업계의 이목을 끈 것으로 전해진다. 
HB인베스트먼트(440290)서 투자본부장(CIO)을 지냈던 이귀진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넥스트지인베스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벤처투자 업계에서 지역 투자를 확대하자는 컨센서스(합의)가 나오고 있다"라며 "회사는 문화 콘텐츠·지역 기업 투자를 활발히 해왔으며 관련 실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넥스트지인베스트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지역 투자를 해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딥테크 관련 기업 투자도 병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유보금, 재투자에 활용해야"
 
국내 VC 중 대부분은 AUM이 소규모다. 루키리그 혜택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넥스트지인베스트처럼 자생하기는 더욱 어렵다. 자금이 대부분 대형 투자사에 쏠리기 때문이다. LP 입장에선 안전하고 실적이 많은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당수 중소형 VC들이 출자사업 GP 경험 조차 없다. 선정됐다 해도 LP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 벤처캐피탈 사이에선 모태펀드의 회수재원을 재투자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태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통해 회수한 자금을 다시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벤처투자 업계의 전반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중소형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모태펀드가 성과 보수 중심으로 개편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옳지만 벤처캐피탈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게 선결과제"라며 "모태펀드 내부 유보금을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