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CB 풋옵션 폭탄 우려…차입금 상환도 '경고등'
38회차 570억 CB 풋옵션 가능 시점 두 달 앞으로
리픽싱 최저 한도 도달에 주가는 전환가액 하회
풋옵션 대응시 단기차입금 상환 여력도 의문
공개 2025-07-10 06:00:00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HLB(028300) 주가가 38회차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을 밑돌면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풋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2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환가액은 리픽싱 최저한도에 도달해 더 떨어질 구석도 없다. 만약 풋옵션을 보유 현금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HLB의 보유 현금성 자산 잔액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다만 사측은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 등 신약 개발 관련 모멘텀이 존재하는 만큼 조기에 풋옵션을 행사할 투자자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HLB)
 
570억원 CB 풋옵션 리스크 부상…유동성 부담 가중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초 HLB의 38회차 CB 전환가액이 5만5769원으로 조정됐다. 공시일 기준 해당 CB 잔액 권면총액은 570억원이다. 지난해 3월 600억원 규모의 인건비 및 원부자재 구입비 등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된 해당 CB는 당초 전환가액이 7만9670원이었다. 그러나 발행 이후 리픽싱에 의한 등락을 거친 끝에 전환가액은 최저 조정한도에 도달하게 됐다.
 
마지막 리픽싱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이날 종가 기준 HLB 주가는 4만8850원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전환가액을 하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9월9일부터 청구 가능한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회사의 유동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167.27%에 달했던 HLB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107.19%로 줄었고, 올해 1분기 66.74%까지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 606억원과 기타유동금융자산 133억원 등 보유 현금성 자산은 739억원인 반면, 단기차입부채는 1303억원, 기타유동금융부채는 4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부채가 늘어난 데에는 지난해 발행한 38회차, 39회차 CB가 유동부채로 잡힌 영향이 큰데, 각각 570억원, 33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사채의 유동성 대체 부분으로써 단기차입부채에 계상됐다. 통상 CB는 부채로 계상되고, 사채권자의 전환청구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될 시 자본으로 유입되지만, 현재로서 38회차 CB의 경우 전환 가능성보다는 조기상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만약 오는 9월 회사의 주가가 38회차 CB의 전환가액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풋옵션이 행사된다면, HLB는 570억원 규모의 사채 조기상환에 보유 현금성 자산으로만 대응해야 한다. 10년 연속 적자 누적 기업인 만큼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2년 연속 영업활동으로 1000억원대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HLB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38회차 CB의 경우 2027년 3월8일이 만기로, 현재 만기일까지 1년 8개월 가량이 남아 있다"며 "간암신약 신약허가 재신청을 비롯해 신규 파이프라인인 리라푸그라티닙 신약허가 신청 등 신약개발 관련 모멘텀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조기에 풋옵션을 행사할 투자자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풋옵션 대응 시 보유 현금성자산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 하회
 
사채를 제외한 나머지 차입금의 상세내역을 살펴보면 1분기 말 기준 내년 7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약 292억원이다. 단순 계산했을 때 풋옵션에 대응하고 난 현금성 자산 잔액 169억원으로 만기도래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차입금과 관련해 HLB는 토지, 일부 건물 및 기계장치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연간 400억원대 연구개발비용을 비롯해 1300억원 가량이 판매비와관리비로 잡히고 있어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외부자금 조달을 통한 자본 확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HLB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은행권 대출의 경우 회사가 보유 중인 부동산 등 담보 가치가 고려된 것으로, 대출 연장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당사는 시장 상황 및 기업가치 제고 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본 확충 타이밍과 수단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미공개 정보에 해당되므로 현 단계에서 공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회사가 신약개발 관련 모멘텀으로 제시한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품목허가 재신청 일정이 조만간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앞서 HLB는 지난해 5월 간암 1차 치료제로써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FDA 승인을 신청했으나 FDA로부터 보완요청서(CRL)를 받으면서 첫 번째 도전에 실패했다. 이후 올해 1월 다시 신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FDA는 두 달만인 3월 또 다시 CRL을 발송했다.
 
HLB 측은 세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CRL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방침이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와 파트너사 중국 항서제약은 FDA가 CRL을 통해 제기한 지적사항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보완한 내용을 다시 FDA와 논의해 동의를 확보한 뒤 신약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전략이다.
 
HLB에 따르면 항서제약은 FDA의 권고사항을 모두 반영해 실행하고 테스트를 마쳤으며,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추후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FDA에 타입A 미팅 신청서를 제출했다. 타입A 미팅은 신약 개발사가 품목허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FDA와 진행하는 긴급 절차로, 통상 요청 후 30일 내에 시작된다. 이에 따라 7월 중으로 예상되는 미팅에서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 재신청 일정이 구체적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이재혁 정확한 기사 친절하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