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애큐온저축은행이 여신과 수신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개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덕분이다. 여신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수익성 강화 기반도 닦았다. 현재까지 건전성 부담은 크지 않지만, 신규 대출의 연체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애큐온저축은행 본사(사진=뉴스토마토 DB_
5대 저축은행 중 수익 독보적
14일 애큐온저축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70억원이다. 전년 말 63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반해 1003억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5대 저축은행 중에서도 성장 폭이 가장 크다. 두 곳은 전년 대비 순익이 되레 감소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업권 전체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업권은 평균 3974억원의 당기순손실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규모를 줄였으나 대손충당금 추가 전입 등의 근본적 원인은 그대로인 탓이다. 특히 건전성 방어 탓에 신규 대출을 늘리지 않아 수익성 기반도 마련하지 못했다.
반면 애큐온저축은행은 대출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총여신은 4조9801억원이다. 전년 말 대비 4684억원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보다는 가계대출에서 증가 추이를 보였다.
지난해 말 애큐온저축은행 가계자금대출 잔액은 2조2704억원이다. 전년 말 1조6247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기업자금대출이 같은 기간 2조6310억원에서 1조8550억원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덩달아 포트폴리오 구성도 달라졌다. 2023년 애큐온저축은행의 여신 중 가계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01%로 1년 만에 45.59%로 커졌다. 기업자금대출은 58.32%에서 37.25%로 작아졌다. 애큐온저축은행은 개인 신용 대출 확대를 위해 신용대출 모형을 손보고 가격·승인 전략을 수정해 질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신에서도 개인 비중이 확대됐다. 지난해 개인 고객이 예치한 예수금은 2조6774억원으로 전년 2조1205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비중 역시 44.85%에서 56.55%로 커졌다. 개인고객의 여수신이 모두 늘어난 덕분에 지난해 애큐온저축은행 거래자 수는 25만554명으로 전년 19만8566명에 비해 5만1988명이 추가됐다.
여신이 증가한 만큼 영업수익도 쏠쏠하다. 특히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성장세다. 애큐온이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자는 4595억원으로 1년 새 197억원이 늘었다. 예치금이자와 단기매매증권이자가 감소한 반면 이자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출채권 이자가 4266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익이 커진 데 반해 이자비용은 작아졌다. 지난해 말 이자비용은 1890억원으로 전년 말 2342억원과 비교하면 지출이 줄었다. 예수부채이자를 비롯 기타이자비용까지 아낀 덕분이다.
"건전성 양호하지만 지켜봐야"
저축은행 업권이 여신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에 이어 연간 손손실을 낸 것도 건전성을 악화를 막으려고 대손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권의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6%로 전년 말 대비 2.91%p 증가했으며, 연체율도 같은 기간 1.97%p 올랐다. 대손충당금 전입 규모는 전년 대비 줄어들었으나 3조7101억원에 달해 대규모 손실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업 대출이 건전성 악화의 주범인만큼 애큐온저축은행도 부동산 관련 여신을 축소했다. 지난해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6490억원이다. 한도금액인 2조4900억원을 한참 밑돈다. 전년 말 7895억원에 비해서도 규모가 줄었다. 중소기업대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대출은 2조5126억원에서 1조6475억원으로 감소했고, 대출비율도 55.69%에서 33.08%로 축소됐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전체 여신을 늘린 덕분에 건전성 악화는 미미했다. 지난해 말 애큐온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78%로 전년 대비 0.04%p 상승했다. 연체대출비율도 같은 기간 5.09%에서 5.36%로 올랐으나, 업권 평균에 비하면 낮다.
다만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기에는 이르다. 여신 건전성 부실은 통상적으로 연간 기준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 저축은행도 총여신 규모를 축소한 이유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1년간 9627억원, OK저축은행은 1조643억원, 웰컴저축은 2122억원을 줄였다. 저축은행 업권은 여신 건전성 여부는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나기에 일단 적극적으로 늘리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를 통해 우량 자산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전략적인 매·상각 정책을 추진해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채권 관리모형과 분석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건전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