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총자산 2조 돌파 예상…내년 여성 이사 선임 의무후보군 부족에 여성 이사 없는 법인 비중 16% 달해낮은 지배구조 평가에 여성 사외이사 선임 전망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올해 별도 기준 총자산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행 법령에 따라 선제적으로 여성 이사 선임 준비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총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는 단일 성별 운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항공업계에서 자격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이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성 이사를 선제적으로 물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사회가 성별 다양성을 확보할 경우 비교적 약한 지배구조 측면의 ESG역량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주항공)
총자산 2조원 돌파 유력…지배구조 변화 예상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제주항공의 총자산 규모는 1조875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사고 여파에 따른 운항편수 감축으로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나, 올해 전체 수익성은 항공 수요 회복으로 인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3일 신형 B737-8 항공기 도입에 따른 자산 증가 효과도 자산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올해 말까지 제주항공의 총자산 규모가 2조16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총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는다면 제주항공의 이사회 구성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현재 전원 남성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주항공의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포함돼야 한다. 현행법상 총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는 단일 성별로 운영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제주항공의 이사회 구조를 살펴보면, 다양성을 제외한 다른 측면에서는 이미 선제적으로 자산 2조원 돌파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현행법상 총자산 2조원 이하의 기업은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의무가 없지만 제주항공은 이미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며 지배구조 측면에서 견제 요소를 강화했다. 아울러 총자산 2조원 이상의 법인은 이사회 구성원의 2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운영해야 하는데, 제주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으로 해당 규정을 선제적으로 준수하고 있다. 이에 견제 등 요소는 충분하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다.
연내 총자산 2조원을 넘을 경우 늦어도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다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적절한 자격을 지닌 여성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 내 자격을 지닌 여성 후보군이 부족한 까닭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여성 등기이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이유로 여성 임원 후보군 부족을 꼽았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 중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법인의 비중이 16%에 달하는 등 이사회 다양성 의무가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흔하게 발견된다. 또한 자산 2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상장법인들은 선제적으로 이사회 개편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은 비교적 늦게 대응하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낮은 지배구조 평가에 여성 사외이사 선임으로 해소
여성 이사를 선제적으로 선임할 경우 제주항공은 환경, 사회 분야에 비해 비교적 낮게 평가된 지배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 한국 ESG기준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전체 ESG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항공업계 내 우수한 ESG등급으로 평가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B+를 받아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향후 ESG역량을 향상하려면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타 법인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제주항공은 여성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은 3명 이상으로 하고, 이 중 2분의 1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여성 사내이사가 선임될 경우 사외이사 2분의 1 이상 규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사외이사를 도입할 경우 이사회 다양성 확보와 동시에 이사회 내 견제 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전한 지배구조란 경영진과 이사회의 적절한 긴장 관계 유지 등이 내용으로 꼽히는데, 여성 사외이사 선임 시 성별 다양성과 견제 기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이사회 내 다양성이 준수되지 못할 경우 이사회 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성별 다양성을 고려해 단일 성별로 이뤄질 경우 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 지분 6.08%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꼽힌다.
제주항공 측은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 계획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관련 법과 제도에 맞춰서 여성 이사 선임 등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 방안을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