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신규 방산 수주에도 현금 '바닥'…민수 사업으로 극복할까
신규 방산 수주에도 선수금 증가폭 낮아
현금흐름 지속 지출에 현금성 자산 대폭 감소
민수 사업 신규 수주 예상치 웃돌며 현금흐름 개선 기대
공개 2024-12-16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올해 3분기 누적 방산 수주 실적이 늘었음에도 현금흐름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방산 업체들은 신규 수주 후 선수금 등으로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하지만, KAI의 경우 선수금 규모가 일반적인 규모보다 적어 현금흐름 개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이에 KAI는 민수 사업(항공기 부품 등)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현금흐름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민수 사업은 동일 품목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 지출폭이 적어 현금흐름 개선에 긍정적이다.
 
KAI 사천 본사 전경(사진=KAI)
 
방산 수주에도 현금흐름 유출 지속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KAI의 올해 신규 방산 수주액은 1조64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4641억원)보다 늘어난 실적이다. 올해 방산 수주가 증가한 원인은 KF-21 신규 수주의 영향이 컸다. KAI는 지난 2분기 KF-21 전투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1조5000억원가량의 수주 실적을 추가했다.
 
KF-21의 수주에도 불구하고 선수금 등 현금흐름 개선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산 업체들은 신규 수주 계약을 따내면 선급금 등을 통해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AI의 선수금은 1조536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498억원)에서 86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상 수주 계약 시점에 선수금이 들어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선수금 증가분에 KF-21 수주 선수금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10%가량의 선수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 KAI가 수취한 선수금은 수주 규모에 비해 적은 규모라 현금흐름을 개선시키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수주에 따른 현금흐름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까닭에 KAI의 현금성 자산은 큰 폭으로 소진 중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AI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827억원으로 지난해 말(7601억원) 대비 89.1% 줄었다. 운전자금 증가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189억원 유출로 나타났고, 생산 효율화 등을 위한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투자활동현금흐름 역시 1231억원 자금 유출로 집계되는 등 자금 지출이 커지고 있다.
 
신규 수주에 따른 현금흐름 개선이 없자 KAI는 사모사채 발행 등으로 외부 자금 조달을 늘렸다. 올해 3분기 KAI의 총차입금(사채 포함)은 7281억원으로 지난해 말(6082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폴란드 등 대규모 완제기 수출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차입금을 상환했지만, 올해는 반대로 차입금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KAI는 수리온 헬기 수출 등 신규 수주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방산 사업의 특성상 수주 확정 시기가 유동적인 까닭에 현재 언제 수주가 확정될지는 미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리온 헬기 수출 사업은 UAE와 이라크 등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리온 수출 사업 규모는 총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사업이 수출을 성사시킬 경우 향후 큰 폭의 현금흐름 개선도 가능하다.
 
 
민수 사업 신규 수주…현금흐름 개선 도움
 
올해 방산 사업 신규 수주가 현금흐름에 기여하지 못하자 KAI는 민수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9일 KAI는 보잉사의 B737 항공기 기종에 꼬리 날개(미익)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총 1조1268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이다.
 
해당 계약은 KAI와 보잉사가 맺은 기존 미익 공급 계약(2026년 만료)의 후속 계약의 성격이다. 2026년 미익 공급 계약이 종료되면 이어 2027년부터 해당 계약이 실행되는 것이다. 이에 보잉사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AI의 민수 사업은 매년 수주 규모가 커지고 있다. KAI의 수주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4545억원이었던 민수 부문 신규 수주액은 올해 같은 기간 1조4579억원으로 커졌다. 해당 자료가 3분기 수주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9일 신규 수주를 반영하면 민수 부문 신규 수주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증권가 등 관련 업계에서는 KAI가 올해 1조9000억원의 민수 수주를 따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수주 물량이 늘면서 매년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올해 3분기까지 KAI의 민수 사업 매출은 647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5586억원)보다 15.8% 늘었다.
 
KAI가 민수 부문에서 신규 수주를 대폭 늘리면서 현재 부족한 방산 부문의 현금흐름을 보충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민수 사업은 방산 부문에 비해 자본 투입 규모가 작은 것으로 알려졌고, 방산 부문과 달리 동일 품종을 다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정비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방산 부문에 비해 운전자금 부담 등이 가볍다. 따라서 대규모 수주를 따낼수록 현금흐름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KA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방산 사업의 계약이 길게는 10년까지 걸리는 등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주 계약시점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민수 사업의 대량 수주가 들쑥날쑥한 방산 사업의 수익성을 보완해 주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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