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IPO전략)①제일약품, 온코닉 상장 임박…R&D 투자 확대 시동
수요예측서 희망 공모가액 밴드 하회
연구개발 차질 없어…재무안정성도 '업'
네수파립 중심으로 R&D 강화 지속 계획
공개 2024-12-16 06:00:00
최근 제약회사들의 자회사 기업공개(IPO)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IPO를 통해 주식 시장에 진출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는데, 여기에 홍보 효과와 경영 합리화 등 다양한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이 숙명인 업계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이에 <IB토마토>는 넉넉한 곳간을 보유했음에도 자회사 홀로 세우기에 나선 주요 제약기업을 선정해 향후 상장 자금의 활용 방법과 R&D 전략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제일약품(271980)의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수요예측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얻었지만, 당초 계획한 인수합병(R&D) 전략은 무난하게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정'으로 매출 동력을 확보한 덕이다. 특히 올해는 자본잠식에서도 탈출하면서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재무안정성도 다질 수 있게 됐다. 제일약품은 주력 파이프라인 'Nesuparib(네수파립)'을 앞세워 활발한 신약 개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제일약품)
 
기대 못 미친 수요예측 결과에도…신약 있어 '든든'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온코닉테라퓨틱스의 공모주 모집가액은 1만3000원에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공모희망가액 밴드는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 사이였지만, 최하단보다 보다 적은 금액으로 설정됐다. 이에 모집총액은 약 202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이 나온 이유는 후속 파이프라인인 네수파립의 가치를 공모가에 반영하지 않은 탓이라는 게 제일약품 측의 설명이다. 네수파립의 가치는 코스닥 진출 이후 시장에 몫으로 남겨놓았다고 부연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이 R&D를 전담시킬 목적으로 지난 2020년 5월 설립됐다.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제일약품은 지분 지분 54.3%(5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에는 지분율이 약 46.48%로 변동한다. 이를 공모가액에 반영하면 제일약품이 보유한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지분가치는 650억원(500만주×1만3000원)이 된다.
 
기대에 못 미친 수요예측 결과로 모집 총액이 적어졌지만, 향후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한 R&D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정'을 탄생시킨 덕이다.
 
자큐보정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PPI(프론토펌프저하재제) 제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의 신약이다. 지난 4월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종 품목 허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자큐보정을 출시함에 따라 제일약품의 외형 성장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자큐보정이 속한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지난 2019년 8001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2666억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이에 2027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외형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게 제일약품 측의 설명이다.
 
현재는 자큐보정의 적응증 추가와 제형 확대를 위한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위궤양 및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유도성 소화성 궤양 예방 등 적응증 확대와 구강붕해정과 같은 제형 확대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판매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앞서 체결한 기술이전(License Out, L/O) 계약에 따른 매출 확대도 기대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정에 대해 중국과 인도 등 지역을 대상으로 총 3개의 기술이전을 체결한 바 있다. 기술이전 수익을 통해 지난해에는 21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액은 60억원에 그쳤지만, 향후에도 계약 조건에 따른 추가적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수령이 점쳐진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코스닥 진출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자큐보정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은 출시 만 3년이 되는 2027년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마일스톤 수령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재무안정성도 이상무…'네수파립' 중심으로 R&D 집중 계속
 
이번 IPO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197억원에 달하는 완전 자본잠식 기업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점 기타금융부채로 분류된 제일약품의 전환상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됐다. 이에 올해 3분기말에는 자본총계(304억원)가 자본금(46억원)을 상회했고, 자본잠식에서 탈출했다.
 
모회사인 제일약품의 연결 재무제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제일약품의 자본총계는 1838억원이다. 지난해말 157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온코닉레라퓨틱스의 재무건전정 회복에 따라 제일약품의 재무상태도 안정화됐다.
 
상장 자금이 유입된 후에는 재무안정성 강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일반공모로 자본금 7억7500만원(주당 액면가액 500원×155만주)이 유입되며, 나머지 금액은 자본잉여금에 계상된다. 이를 올해 3분기 말 자본금과 자본총계에 단순 가산하면 각각 약 54억원, 506억원이 된다.
 
R&D 투자를 이어나가기 위한 유동성 자금도 대폭 늘어난다.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45억원이다.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금 202억원을 합산하면 447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개발비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로 84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022년(132억원)과 지난해(158억원)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도 100억원을 소폭 웃도는 금액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네수파립을 중심으로 R&D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네수파립은 합성치사 이중표적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난소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유방암 등 다양한 적응증 등이 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58억원을 오는 2026년 3분기까지 네수파립의 국내 임상 2상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상장한 건 R&D 등에 투입되는 운영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함이 맞다"라며 "향후 항암 파이프라인 네수파립의 R&D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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