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회장, 마크로젠 지배력 강화하지만…연결 실적 악화 '불가피'
소마젠 보유 지분 마크로젠에 넘기고, 마크로젠 지분 확대
마크로젠도 소마젠 지분율 54.25%까지 늘려
모회사·자회사 모두 부진한 성적표…연결 실적 후퇴 우려
공개 2024-12-13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서정선 마크로젠(038290) 회장이 지분 교환을 통해 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선다. 자신이 보유한 관계회사 소마젠(950200) 지분을 마크로젠에 넘기고, 대신 마크로젠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다만, 이번 주식 교환으로 관계회사인 소마젠이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마젠 실적이 그대로 마크로젠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단기적으로 재무적인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소마젠의 대규모 계약 체결 등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향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진=마크로젠)
 
소마젠 자회사 편입…지배력 강화 일환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전체 분석 기업인 마크로젠이 소마젠의 주식 335만5338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 목적은 소마젠을 종속회사로 편입해 국내외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자원 분배를 하기 위함이다. 계약 규모는 135억원으로, 오는 26일 주식을 취득함에 따라 마크로젠의 소마젠 지분은 54.25%로 늘어난다.
 
이번 계약은 주식 교환 계약으로 실행한다. 마크로젠의 회장이자 최대주주인 서정선 회장은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소마젠의 지분 18.3%(352만31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서 회장이 보유한 소마젠의 주식 대부분(335만5338주)과 마크로젠의 자기주식(86만2343주)을 교환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서 회장의 지배력 강화 행보로 보고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서 회장이 보유한 마크로젠 지분은 9.54%(103만4086주)다. 이번 주식 교환 계약이 무난히 완료된다면 서 회장의 마크로젠 지분은 약 8%포인트 늘어나 17.49%가 될 예정이다.
 
서 회장의 마크로젠 지분이 변동하는 건 4년 만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20년말까지 지분 8.53%(90만7217주)를 보유했지만, 이후 바로 다음해인 2021년 9.54%(103만4086주)로 늘었고, 올해 3분기말까지 동일한 지분율을 유지해왔다.
 
특히 서 회장은 소마젠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상실하지만, 소마젠의 최대주주인 마크로젠을 통해 소마젠에 대한 간접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게 된다. 마크로젠은 올해 3분기말 기준 소마젠 지분 36.81%(707만9946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교환 계약을 무난히 완료하면 '서 회장→마크로젠→소마젠'으로 연결되는 지배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형성하게 된다.
 
소마젠의 부진한 실적에 실적 하강 압력 '불가피'
 
이번 계약으로 지배력 강화는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연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소마젠은 상장 이래로 영업손실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마크로젠의 관계기업에 분류된 이후로 지분법손실에 영향을 미쳐왔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소마젠은 지난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기업간기업(B2B) 모델의 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업이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과 CES 서비스 등 용역 매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올해는 외형성장에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마젠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2204만달러로, 지난해 3분기(1842만달러)와 비교해 19.67% 성장했다. 지난 2022년 매출액 3357만달러에서 지난해 2472만달러로 꺾이는 듯했지만 올해 반등했다.
 
그럼에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소마젠의 영업손실은 347만달러에 달한다. 직전연도 동기(169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 2022년 영업손실 114만달러를 시작으로 지난해(272만달러)를 거쳐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마젠의 부진한 실적은 마크로젠의 지분법손실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크로젠은 지난 2004년 12월 소마젠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관계회사로 분류했다. 그러나 연이은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올해 3분기까지는 19억원의 지분법평가손실을 낳은 상황이다.
 
소마젠이 자회사로 편입되면 마크로젠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문제는 현재 마크로젠의 연결 실적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까지 마크로젠은 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연도 동기(20억원)보다 악화됐으며, 지난해 시작된 영업손실 4억2312만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전적 지원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마크로젠은 204억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08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가량으로 줄었다.
 
특히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 유동성 자금의 약 2.6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단기차입금 336억원과 유동성장기차입금 210억원이 있다. 통상 기업은 이자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상환 기간 연장을 하지만, 언젠간 갚아야 할 금액이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재무적 변동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소마젠의 재무 실적 개선은 마크로젠의 연결 재무제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마크로젠의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마크로젠은 글로벌 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소마젠과의 시너지 극대화에 집중해 미국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매출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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