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익, 증권사 실적 키운 '숨은 공신'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3분기 호실적
인프라 구축 등 진입장벽 높아 중소형사 부담
공개 2024-11-21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해외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증권사의 흥망을 가를 먹거리로 부상했다. 지난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증권업계가 호실적을 기록한 것도 해외주식 거래서 나온 수익 덕이 크다. 실제로 인터넷증권사의 경우 해외주식 브로커리지를 통해 수익 증대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해외주식 브로커리지로 예상 깬 3분기 실적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누적 영업이익 1조158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1조 클럽’ 조기 가입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9.01% 증가해서다. 
 
 
삼성증권(016360)키움증권(039490), 미래에셋증권(037620)이 각각 누적 영업이익 9949억원(33.83%), 9180억원(9.08%), 9145억원(49.57%)으로 연내 1조클럽 가입을 예고했다. 이 외에도 메리츠증권(008560),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등 대형 증권사도 각각 7447억원(23.13%), 7355억원(20.32%), 7339억원(24.31%)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주요 증권사 모두 예상을 깨고 호실적을 올렸다. 국내 증시 불황에 개인투투자의 자금이 해외투자로 이동하면서 관련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은 지난 3분기까지 761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597억원 수익을 3분기만에 27.47% 상회한 것이다. 브로커리지 규모가 큰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도 해외주식 수수료 증가가 실적 회복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각각 1802억원, 1294억원으로 전년 수익을 46.38%, 21.61% 웃돌았다.
 
김지영 교보증권(030610) 연구원은 “작년보다는 낫지만 3분기 들어 투자금융(IB)부문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라며 “하지만 국내 거래대금 감소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해외주식 고객 자산의 꾸준한 증가로 해외주식 관련 수탁수수료 수익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진입장벽 높아 증권사 간 빈부격차 우려 
 
앞서 증권업계는 국내외 변수 증가,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수익성 개선과 자기자본 확대가 절실했다. 
 
서울 여의도증권가 (사진=IB토마토)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024년 국내 주식시장은 상반기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21조원을 상회하는 호조세를 보인 반면 하반기 들어선 유동성이 빠르게 유출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해 저조한 흐름”이라며 “이에 따라 각 증권사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익성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주식 브로커리지는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인터넷증권사인 토스증권의 경우 해외주식 위탁매매 부문이 올해 실적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대비 165.4% 늘었고 3분기 누적으로는 119.7% 증가했다.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환전수수료도 전년 대비 133.2%나 더 들어왔다. 
 
이에 토스증권은 올해 3분기 296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누적 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8배 이상 성장한 데 이어 연간 목표액의 2배를 조기에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1199억원, 324억원으로 117.9%, 833% 늘어났다. 기업금융의 지원 없이 해외주식 브로커리지만으로 성장에 성공한 것이다. 
 
한편 업계에선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가 소수 증권사의 독과점으로 이어져 증권사 간 빈부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사에 수익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브로커리지 사업 확대가 회사 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논리다. 
 
실제 브로커리지 사업에 필요한 대형사들의 전산운영비는 중소형사 한해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3분기 증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우 3분기까지 각각 전산운영비로 921억원, 918억원을 투입했다. 뒤를 이어 삼성증권도 833억원, KB증권, 한국투자증권도 526억원, 407억원의 비용을 전산운영에 투입했다. 이 외에도 인프라 구축과 유지, 해외 거래소 네트워크 등 중소형사가 섣불리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수혜를 증권사들이 입고 있다지만 소수의 대형사들 이야기”라며 “불확실성 증대로 중소형사의 주수익원인 부동산금융과 IB가 끊어진 상황에서도 대형사는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최대 수익을 내고 있어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