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ESG 위기)①국제약품, D등급 추락…주주가치 훼손 우려 증폭
올해 C등급에서 D등급으로 하향 조정
사회 부문 '매우 취약' 및 지배구조 부문서 '악재'
수년간 이어진 무배당…주주가치 제고 의지 밝혀
공개 2024-11-20 06:00:00
최근 제약업계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제약업계가 ESG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가운데, 국내 제약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이 늘면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ESG 등급이 높을수록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의 여지가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ESG 'D등급(매우 취약)' 성적표를 받으며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낳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IB토마토>는 올해 ESG D등급을 받은 기업들의 등급 하향 요인과 향후 주주가치 제고 계획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지난해 C등급의 ESG 성적표를 받았던 국제약품(002720)이 올해는 D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사회 부문이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지배구조 부문에서도 리베이트 혐의와 부진한 주주환원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된 탓으로 점쳐진다. 국제약품은 향후 사회 환원 활동 등을 통해 ESG 경영 강화에 나서고, 동시에 수익성 개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에도 힘쓴다는 입장이다.
 
(사진=국제약품)
 
사회·지배구조 하향 조정에…ESG D등급 '낙인'
 
18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국제약품이 올해 전체 D등급의 ESG 성적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까지는 B등급을 유지했지만, 2022년부터 C등급으로 하향 조정됐고, 올해는 지표가 더 악화됐다. 환경 부문에서 D등급이 지속된 가운데,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까지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축약한 단어로, 각 부문별로 국내 상장기업을 평가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과거와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한다.
 
한국ESG기준원이 ESG 경영을 종합 평가하면 기업은 △S(탁월) △A+(매우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취약) 등 총 7개의 등급 중 하나를 부여 받는다. 국제약품은 코스피 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국제약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환경 부문에서 D등급을 받았다.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 등에 대해 미흡하게 대응한 탓이다. 환경 부문은 지난해부터 낮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ESG등급 변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문제는 사회 부문이다. 여기서는 공급망 관리, 근로자 안전, 고객만족 등을 평가하는데 국제약품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사회 부문은 지난해 C등급에서 올해 D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배구조 부문도 지난해 B등급에서 올해 C등급으로 낮아졌다. 이 부문에서는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구성과 뇌물 및 반부패 등을 평가한다. 회사에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으나, 올해 발생한 국제약품의 불법 리베이트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약품은 올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주요 점안액 제품 등에 대한 판매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의료기관에 채택·처방유도·거래 유지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이익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IB토마토>의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리베이트 등도 지배구조 평가 항목에 들어가는 게 맞으며, 중대한 사건으로 확인되면 평가 기준에 포함한다"라며 "(ISO37001와 관련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밝힌 순 없지만, 부패에 관련된 부분도 확인을 한다"라고 말했다.
 
타제약사들과 비교하면 국제약품의 ESG 경영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HK이노엔(195940)은 올해 종합 A+등급을 획득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ESG경영 성과를 얻은 것이다. 또한, 매출 규모가 비슷하며 코스피 상장사인 부광약품(003000)도 올해 B+등급을 부여받았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봉사활동과 기부활동을 많이 하려고 힘쓰고 있다"라며 "제도적 차원에서 각 회사마다 ESG경영에 대한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하는 시점인 만큼, 장기적 투자 개념으로 내부에서 점진적인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무배당·자사주 무소각…주주가치 제고는 뒷전?
 
ESG D등급으로 인해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제약품은 수년째 배당 등을 통한 재무적 주주 가치 제고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을 마지막으로 6년째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자기주식 취득이나 소각도 실행하지 않았다.
 
국제약품은 지난 2018년 당기순이익 22억원이 발생하면서 주당 30원의 배당을 실행했다. 이에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인 현금배당성향도 23.49%에 달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19년 당기순손실 48억원이 발생하면서 배당을 멈췄다.
 
이후에는 실적 회복으로 이익잉여금을 쌓았지만 무배당 기조는 이어졌다. 국제약품은 지난 2022년 35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고, 이에 배당에 사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을 63억원까지 쌓였다. 그러나 배당 없이 지난해 결손금 34억원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배당 여력을 회복했지만 아직 배당에 대한 소식은 없다. 국제약품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5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동기(-80억원)보다 개선됐다. 이에 이익잉여금도 57억원으로 회복한 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자기주식 처분까지 실행했다. 국제약품은 지난 1월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기주식 11만858주를 처분했다. 자기주식 처분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주식시장에 파는 것으로, 유통주식수가 늘면서 주당 순이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악재로 여겨진다.
 
올해는 외형성장과 함께 현금창출력도 개선해 나가고 있는 만큼 주주 가치 제고 행보를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국제약품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48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1001억원)보다 성장했다. 지난 2022년 1266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이래로 지난해(1354억원)를 거쳐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당기순이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양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활동으로 3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32억원의 현금이 영업활동으로 흘러왔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86억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주 가치 제고 활동은 (기업이)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수익성 개선을 통한 배당 등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어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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