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부담에 장기채 늘리는 보험업계…ALM 개선 '안간힘'
올해 채권시장 투자서 '10년물 초과' 19.5조원 순증
부채 할인율 조정으로 해당 듀레이션 크게 상승 전망
초장기물 채권으로 자산 듀레이션 확대 필요성 커져
공개 2024-11-18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올해 초장기 채권 투자를 대폭 늘렸다. 만기 구조가 10년 초과인데 20년 이상도 다수다. 자산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을 늘려 부채 듀레이션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가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어 관련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자산과 부채에 대한 종합관리(ALM) 개선이 핵심 과제로 부각된다.
 
10년물 초과 비중 64.5%…초장기채 투자 집중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채권 시장에서 보험사 투자 잔액은 약 544조원이다. 만기 구조별로 ▲1년 이하 20조원 ▲2년 이하 24조원 ▲3년 이하 26조원 ▲5년 이하 34조원 ▲10년 이하 89조원 ▲10년 초과 351조원 등으로 확인된다.
 
만기 10년이 넘는 초장기채 비중이 64.5%다. 10년 초과물의 투자처는 대부분이 국채와 공사·공단채다. 해당 포트폴리오 투자금은 3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나머지 은행채, 일반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도 있지만 물량이 많지는 않다.
 
 
투자금은 올해 약 10조원 순증했다. 만기별 변동 양상은 ▲1년 이하 +3.9조원 ▲2년 이하 –0.8조원 ▲3년 이하 –0.1조원 ▲5년 이하 –9.6조원 ▲10년 이하 –3.3조원 ▲10년 초과 +19.5조원 등이다. 만기 2년 이상에서 10년 이하도 장기물에 해당하지만 이보다는 10년을 넘어서는 초장기물 투자에 집중한 모습이다.
 
10년 초과물에는 만기가 20년이 넘는 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연기금 매수 상위 종목 리스트는 사실상 국채로 채워져 있는데, 1순위·4순위·5순위·8순위 종목이 20년 또는 20년 초과물이다.
 
장기채 투자를 확대 강화하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듀레이션은 금리에 대한 민감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금리 변동에 따라 자산 또는 부채가 어느 정도로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되고 있다. 보험부채는 10년 이상의 장기 보험계약부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보유계약에 해당하는 보험상품의 만기가 길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회계인 IFRS17에서는 장기 보장성보험 영업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부채 듀레이션을 축소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다.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의 미스매칭 수준이 높을 경우 순자산(자산-부채)인 자본이 금리 변동에 따라 크게 요동쳐 적정성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다. 자본 규모가 쉽게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장기채 확대로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나가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 압박…“듀레이션 격차 커질 것”
 
만기 20년 이상의 초장기채를 늘리면서 자산 듀레이션을 더욱 확대하는 배경에는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이라는 제도적 요인이 있다. 이는 IFRS17 회계 체계서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작업과 관련된다.
 
보험계약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평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의 유·출입 흐름을 추정하고, 이를 현재 시점으로 할인해 시가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할인율은 특정한 수치가 아니라 시점별 수익률 곡선으로 이뤄진다. 관찰·추정금리 등 기준에 따라 장기선도금리, 유동성프리미엄, 최종관찰만기 항목으로 구분된다. 금융당국 조치는 이러한 요소의 기준점을 더 구체적이고 보수적으로 잡는 방향이다.
 
보험 관련 전문가들은 할인율 조정이 보험사 자본적정성 관리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부채에 적용하는 할인율이 하락하면 자산 규모에는 영향이 없는 반면 부채 규모만 증가할 수 있어서다. 즉 순자산 가치가 이전보다 쪼그라드는 셈이다.
 
듀레이션 측면에서는 부채 듀레이션이 더 길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산 듀레이션을 부채 듀레이션 수준까지 맞춰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다. 만기가 긴 초장기채 투자 필요성과 ALM 개선이 통상적인 상황보다 더욱 커졌다.
 
정원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내년 이후 추가적인 보험부채 할인율 하락까지 고려하면 부채 듀레이션이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외부 요인으로 인한 순자산 가치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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