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개발의 명암)삼성물산·현대건설, PF 전환 난항…'진퇴양난' 위기
삼성물산 시공 맡은 쉐라톤 팰리스…부진한 계약률에 좌초 위기
현대건설 르메르디앙 호텔 개발사업…건축심의 완료했지만 갈길 멀어
공개 2024-11-12 06:00:00
뜨거웠던 서울 호텔 부지 개발사업이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펜데믹 이후 경영난을 겪은 호텔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부동산 개발업계는 서울 알짜 부지 ‘저점 매수’에 나선 바 있다. 고급주택 등이 포함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을 위해서다. 그러나 분양 성적에 따라 이들 사업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백억원대 분양가에도 ‘완판’에 성공하며 사업이 순항하는 반면, 수익성 확보에 실패해 위기에 처한 사업지들도 목격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 진행 중인 호텔 부지 개발 사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서울 강남권에서 진행 중인 호텔 부지 개발사업들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 최상위권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은 사업임에도 인·허가 일정에 사업이 지연되거나, 미흡한 분양 성과를 기록하는 등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시일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00830)이 시공하는 ‘더 팰리스 73’ 개발사업과 현대건설(000720)이 개발과 시공을 맡은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 개발사업’은 현재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더 팰리스 73' 조감도.(사진=더랜드)
 
‘좌초 위기’ 쉐라톤 팰리스 강남…시행사-대주단 협상 ‘지지부진’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쉐라톤 팰리스 호텔 부지 개발사업인 ‘더 팰리스 73’은 부진한 계약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시행사인 더랜드가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63-1번지 일원 쉐라톤 팰리스 강남 호텔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35층, 2개 동 규모 아파트 58가구와 오피스텔 15실 등 주거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 2020년 12월 더랜드는 서주산업개발로부터 이 호텔과 부지를 3501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더랜드는 지난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분양에 나섰다. 최고 분양가가 약 500억원에 달한다.
 
더랜드는 부지 매입 이후인 지난 2021년 3650억원 규모 브릿지론 대출 약정을 체결한 이후 4050억원까지 대출 규모를 늘렸다. 이후 만기 연장을 거듭하다가 올해 8월 중순을 끝으로 연장되지 않았다. 이 단지의 계약률은 5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롯데손해보험(000400) 등 대주단이 PF 대출 연장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시공사인 삼성물산과의 계약이 무효화됐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사는 시행사 더랜드와 여전히 시공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라면서 “현재 시행사와 대주단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브릿지론 연장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더 팰리스 73의 PF 정상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계약률 확보다. 대주단이 해당 사업에 대한 대출 약정으로 쌓아야 할 충당부채는 전체 투자금(4050억원)의 약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더랜드가 미진한 계약률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사업지 매각과 공매 등을 통해 대주단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 개발사업 조감도.(사진=서울시)
 
‘수익성 극대화’ 교두보 건축심의 통과…내년 본PF 전환 기대
 
현대건설이 개발과 시공에 참여 중인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 개발사업은 지난달 말 열린 서울시 제17차 건축위원회에서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다만, 여전히 브릿지 단계에 머물러 있고, 또 삼성물산처럼 향후 분양 단계에서 애를 먹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602 일원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를 지하 8층, 지상 36층 규모 오피스텔 132실, 호텔 65실,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시 ‘창의혁신디자인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건폐율을 기존 59.9%에서 최대 70%로, 용적률은 749.9%에서 860%로 각각 상향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21년 1월 전원산업으로부터 이 호텔과 부지를 약 7000억원에 인수했다. 시행사 웰스어드바이저스와 현대건설, 마스턴투자운용, 메리츠증권(008560),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메리츠캐피탈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마스턴제116호강남프리미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이하 마스턴PFV)를 설립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6월 기준 마스턴PFV의 지분 29.99%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마스턴PFV와 시공 계약을 체결하진 않아 시공 관련 지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마스턴PFV는 지난 9월 대주단과 9500억원 규모 대출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만기는 2025년 6월27일까지로, 9개월 간의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기존 88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의 만기가 올해 9월27일까지였지만, 서울시 건축 심의 일정이 10월 말로 예정돼 있었기에 리파이낸싱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다만 대주단이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높이 평가해 브릿지론 규모를 증액한 것으로 보인다.
 
 
마스턴PFV는 2021년 부지 매입 이후 수천억원대 브릿지론을 만기 때마다 증액해 리파이낸싱하면서 매년 대규모 이자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마스턴PFV는 지난 2022년 8310억원, 2023년 9086억원 규모 부채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결손금은 2022년 113억원에서 지난해 85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향후 2024년 감사보고서에는 브릿지론 증액에 따라 결손금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더 팰리스 73’의 사례처럼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최근 서울시의 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 개발사업 개요와 설계가 확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 브릿지론 만기 시점까지의 분양 성과가 본PF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랜드마크급의 대규모 개발사업인 만큼 당사 내부에서도 수익성과 분양성, 인·허가 등을 면밀히 검토하며 진행 중”이라며 “이후 경미한 설계변경이 이뤄질 순 있지만,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본PF 전환은 무난히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