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여신과 수신 규모를 키우면서 우리나라 금융 지형을 바꾸고 있다. 조달 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모바일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마련한 게 주효했다. 앞서 출범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빠르게 몸집을 불려 세계적으로도 우수 사례로 손 꼽힌다. 이에 <IB토마토>는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글로벌 입지와 전략적 차별점, 그리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제4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준비가 한창이다. 다음달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 심사 기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연내 착수가 전망된다. 기존 인터넷은행과 차별화 전략으로 소상공인을 선택했지만 기존 인터넷은행에 비해 경쟁력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제기된다.
인터넷은행 3사.(사진=각사)
내년 2분기 예비인가 허가 여부 결정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 인가 심사기준이 발표된다.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은 내년 상반기 인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4 인뱅을 위해 조성된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등 다섯 곳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신규인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산업 내에서 건강한 경쟁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국내 인터넷은행 태동 이전에도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이 발표가 선행됐다. 은산분리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금융당국이 예비인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 항목은 혁신성이다. 당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주요 사업계획에서 기존 은행과의 차별점을 내세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차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대상이었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자 혁신영역과 방향성, 기존 은행과의 차별점 등을 앞세웠다.
케이뱅크는 ▲채널 ▲고객이해 ▲상품·서비스 프로세스에 대해 혁신 방향성과 이행을 위한 주주사 역량을 기재하고 혁신 사업모델로 도출했다. 카카오뱅크도 ▲고객유치 발굴 ▲상품서비스 ▲IT비용 절감 ▲해외사업 등의 항목에 대해 기존 은행과의 차이점, 혁신 원천 등을 기재했다.
2차 인터넷은행 인가는 1차 기준에 일부 추가가 됐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검토하고, 같은 해 9월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차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이 추진됐다. 2차 예비인가에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등이 신청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같은 해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재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3개 신청자 중 토스뱅크에 예비 인가를 부여하면서 2021년 10월부터 영업이 가능해졌다. 지난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고 금융위원회 본인가까지 약 3년이 걸렸다. 2021년 토스뱅크의 출범 이후 제 4인뱅은 아직이다.
토스뱅크 본인가까지 속도가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제4인뱅은 내년 2분기 예비인가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인가 심사 기준이 발표된 후 3개월 내 신청, 이후 2~3개월 사이 심사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초점…자본력 판가름
1차 인터넷은행인가는 혁신성, 2차 인가에는 포용성이 컨소시엄의 명운을 갈랐다. 기존 인터넷은행이 포용 금융에 대한 적극성을 지적받은 만큼 3차에 기준에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현재 제4 인뱅 출범을 위한 컨소시엄은 모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을 위한 대출을 실행하고 중소기업 구성원의 수신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향점은 같으나 자본력과 실행 가능성이 인가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본력에서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는데, 카카오뱅크는 3000억원,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25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한 바 있다.
금융업권은 자본력이 풍부한 컨소시엄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권은 더존뱅크와 한국소호은행이 강력한 후보로 예상했으나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더존뱅크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더존뱅크의 경우
더존비즈온(012510)과 신한은행, DB손해보험이 손을 잡았다.
더존뱅크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옥석을 가린다는 계획이다. 30년간 회계데이터를 수집한 만큼 기존의 모형이 가려낼 수 없는 우량 업체에 대출을 실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을 포커싱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존뱅크는 우량하지만 소외된 업체를 발굴해 1금융권에 가까운 혜택을 주겠다는 콘셉트다. 대출 건에 대한 건전성 우려도 불식시킨다는 구상이다.
특히 더존뱅크는 기존 인터넷은행이 출범 초기 포용금융을 위한 신용평가모델이 없었으나 이미 2019년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들에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대출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신용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2021년 대출신청평점모형을 재개발하고 지난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신용정보에 중소기업중앙회 공제 정보와 금융결제원 이체 정보,한국신용데이터 사업자 정보를 더한 구조다.
더존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유하고 있는 신용평가모델로 우량 중소기업 등을 발굴해 금리 혜택을 줄 계획으로, 부실 리스크도 최소화할 것"이라며 "수신은 중소기업에 있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은행 여수신 경쟁력이 금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대출의 경우 금리가 낮은 곳으로, 예금의 경우 금리가 높은 곳으로 고객이 이동한다. 은행업무의 상당수가 모바일로 가능해지면서 이동 속도도 빨라졌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주 영업 대상일 경우 금리가 비교적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신용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신 높은 이율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면 단기적인 수익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객을 유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대출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연체율이 높다.
수익성도 불확실하다. 인터넷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기반으로 성장 속도를 올렸다. 그러나 더존뱅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출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금융업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를 지적한 바 있어 제4 인뱅의 상품 구성 측면에서 통제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몰라이센스 제도가 아닌 은행 라이센스제도이나, 당국의 관리 감독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기존의 인터넷은행도 혁신성을 내세우면서 출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한 수익성 추구로 본질이 흐려진 느낌이 있다”라면서 “지속성과 실현가능성을 살펴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