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하락 조건이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유동성이나 정책적 상황 등 다른 여건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자금이 필요하면 조달을 미룰 필요가 없는 것이다.
23일 <IB토마토> 주최로 열린 ‘2024 캐피탈마켓 포럼’에서 세션1 연사로 나선 김상만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하와 채권시장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기업의 자금조달과 패러다임 변화를 심도 있게 다뤘다.
김 연구위원은 먼저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시장금리 하락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책금리 인하 초기에는 시장금리 역시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간이 점차 지나면서 다시 반등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종의 반작용인 셈이다.
(사진=하나증권)
김 연구위원은 “금리는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 자본시장 속성은 기대를 선반영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그런 모습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현재 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채권도 이러한 양상을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기준금리에 근접해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후로는 다시 벌어진다. 특징적인 것은 회사채 발행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향 돌파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앞서간 기대가 먼저 반영된 결과다.
단기적으로 금리상승 압박을 높이는 요인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공사채 발행 규모가 늘어난 점 ▲대규모 채권 발행에 따른 차환 부담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확장된 재정정책 등을 꼽았다. 채권 수급적 측면에서의 논리와 구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달 조건인 금리는 여러 배경에 영향을 받아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은 자금이 필요할 때 새롭게 조달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조달 여건 자체는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위원 (사진=IB토마토)
김 연구위원은 “금융 여건을 살펴보면 시중 유동성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라면서 “지난 1분기 통화량(M2)은 월간 기준 최대 폭으로 증가한 바 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대출금리 안정세를 이끈 주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책적 여건에서는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의 자금조정대출제도 개편이 있었다”라며 “적격담보채권의 범위를 확대하고,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에까지 상시 대출 제도의 문호를 개방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기업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발판이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채 발행 잔액이 올해 연초 급증했다가 주춤한 사이 은행의 기업대출은 계속 늘어나면서 회사채 발행을 앞서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도 되고, 은행대출을 활용할 수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로 회사채나 여신전문금융사채의 금리 부담은 다소 해소됐고 공사채나 은행채는 여전히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장기 시계열로 봐도 신용채권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향후 금리 전망이 생각보다 많이 내려가지 않을 수 있어서 조달을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생각할 수 있다”라면서 “발행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자금이 필요하면 조달을 미룰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