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 팔아도 '조 단위' 차입금 여전…추가 매각 나설까
자산 99.9%가 부채…완전자본잠식 '코앞'
부채비율 급증 원인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 누적
적자 지속 '베트남 비나 법인' 추가 매각 거론
공개 2024-10-22 06:00:00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효성화학(298000)이 최근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해 자금 확보에 성공하면서 악화됐던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쓴다는 계획이지만, 조달 자금 전액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차입 규모가 조 단위로 남아 있어 추가적인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효성화학)
 
자산 대부분이 부채…완전자본잠식 임박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효성화학의 자산 총액은 약 3조3495억원, 부채는 3조3476억원(99.9%)에 달해 자산 대부분이 부채로 이뤄져 있다. 특히 자본금 190억원에 자본총계가 19억원으로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완전자본잠식에 직면한 상황이다. 결손금이 7915억원에 이른다.
 
효성화학은 최근 2년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효성화학 부채비율은 17만6703%를 기록하며 올해 1분기 3485%보다 무려 17만3218%포인트 급증한 상태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채비율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화학 업황이 지속해서 침체됨에 따라 적자가 누적됐고, 이익잉여금이 줄어 들어 자본 총계가 작아졌다”면서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효성화학은 매 분기마다 약 400억원의 이자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외환차손, 외화환산손실, 외환거래손실까지 포함하면 약 600억원에 달한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을 통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더라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가진 현금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효성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14억원이다.
 
이에 따라 효성화학은 2년 연속 마이너스의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올 상반기에도 이어지면서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효성화학은 이를 마이너스로 기록하고 있어 이자 부담을 영업활동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근본적인 해결책 될까
 
이러한 가운데 효성화학은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에 특수가스사업부를 1조1000억원대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화학은 1조2000억원을 하한선으로 제시했지만, 결국 1조1000억원대로 매각액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IMM PE 컨소시엄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까지만 해도 특수가스사업부의 가치는 1조3000억원으로 평가된 바 있다. 당시 컨소시엄은 특수가스사업부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650억원으로 상정하고 멀티플 20배를 적용했지만, 막상 실사를 해보니 예상 EBITDA가 이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순차입금 2조50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을 통해 효성화학의 재무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심각하게 악화된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수익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를 추가적으로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효성그룹의 HS효성과 효성 계열 분리 작업과 맞물린 시기에 효성화학의 재무불안이 커지면서 더욱 복잡한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효성화학의 재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룹 전체의 재무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악화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효성화학은 약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고 이를 인수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결국 효성이 전액 인수하는 방식을 취하긴 했지만,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와 별개로 계열 분리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효성화학 계열사인 베트남 비나 법인이 영업손실을 지속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법인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효성 비나 케미칼은 2022년(3137억원)부터 지난해(2594억원)를 거쳐 올 상반기(1232억원)까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 9월6일에도 효성 비나 케미칼에 534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한 바 있다. 베트남 법인 매각과 관련해 효성화학 측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효성 비나 케미칼은 폴리프로필렌(PP)이 주력 제품이다. 폴리프로필렌은 효성화학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으로, 효성 비나 케미칼은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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