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탈중국 온도차)②LG생건, 신시장 성과 부진…실적 반등 '불투명'
에이본 등 북미 화장품 브랜드 조정 여파로 상반기 매출 감소
지난해 일본 매출 비중 높은 비바웨이브 인수…실적 '제자리'
공개 2024-10-23 06:00:00
 
지난 2019년부터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의 탈중국화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와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심리 위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 역시 북미와 일본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반면 중국 시장에 맞춰 제품과 마케팅 방식을 현지화하는 방법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기업도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 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성과와 사업전략을 점검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LG생활건강(051900)은 중국 수요가 위축되자 새로운 전략지로 일본과 미국을 선택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역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비우호적인 환경 지속과 북미 지역 구조조정 여파로 3분기에도 실적 저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LG생활건강 본사(사진=LG생활건강)
 
북미 매출 실적 줄고 일본은 '제자리 걸음'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은 3조48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조4914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상반기 매출은 화장품과 음료 부문 실적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용품(HDB) 실적이 감소하면서 전체 외형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은 지난해 상반기 1조4820억원에서 올해 1조5006억원으로 1.26%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해외 매출이 7883억원에서 8755억원으로 11.06%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매출이 8732억원에서 8638억원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하지만 해외 실적 가운데 북미와 일본 등 신규 시장으로 손꼽았던 지역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생활건강의 전체 실적 가운데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30.06%로, 지난 2021년부터 실적 감소와 함께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21년 32.81%였던 비중은 2022년 31.15%, 2023년 30.35%로 줄었다.
 
올 상반기 주요 지역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이 3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북미(26.2%), 일본(17.8%)를 차지했다. 여전히 해외실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해외 실적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앞서 LG생활건강은 기존 브랜드 리브랜딩과 북미와 일본 등 해외사업 강화로 돌파구를 찾는데 집중해 왔다. 북미 현지 사업역량 강화, 일본과 동남아 시장 내 온·오프라인 유통기반 확대 등을 통해 중국 위주의 해외시장에서 벗어나 수익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바웨이브를 인수키도 했다. 비바웨이브는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일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주식회사 비바웨이브와 그 종속기업에 대한 영업수익(매출) 66억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법인 매출액이 3767억원에 머물면서 비바웨이브의 영업수익을 단순 합산하더라도 총 매출액은 3833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직전연도(4146억원) 대비 7.55% 줄어든 수치다. 앞서 일본법인 매출은 2021년 4291억원, 2022년 4146억원, 2023년 3767억원으로 지속 감소세를 보였다.
 
 
 
리테일 사업 확장·신제품 출시로 성장 속도
 
매년 성장세를 보였던 북미 시장은 지난해 말 에이본 등 브랜드 구조조정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앞서 북미법인 매출은 2021년 5163억원, 2022년 5775억원, 2023년 6413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직전연도 동기(3173억원) 대비 13.27% 급감한 2752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에서의 리테일 사업 확장과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 확대 전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LG생활건강은 럭셔리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후’의 리빌딩을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 브랜드 진출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빌리프와 더페이스샵 등 자체 브랜드 아마존 육성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CNP 립세린’과 ‘더페이스샵 미감수 클렌징’ 제품이 북미 온라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미감수 클렌징 오일·폼 듀오 세트'가 지난 7월 미감수 라인을 포함해 더페이스샵 제품이 한달 간 8만개 이상 판매된 이후 최근 아마존 ‘프라임 빅딜 데이’에서 ‘스킨케어 세트 부분’ 판매 2위를 기록하면서 더페이스샵은 제품군을 세럼, 크림, 아이크림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CNP에서 출시한 ‘립세린’은 북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20주 연속 ‘립버터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은 '더 후'에만 집중하면서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3854억원에서 4152억원으로 7.7% 증가했다. 마케팅 투자 확대 영향으로 중국 수익성은 둔화됐으나, 전년 동기부터 진행된 국내와 해외에서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정비 절감 등으로 LG생활건강의 전체 영업이익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 3분기부터는 중국 내 오프라인 채널의 둔화와 대규모 온라인 쇼핑 행사의 부재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회복이 더디고 소비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프라인 판매가 감소하고 주요 온라인 쇼핑 이벤트의 부족으로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미국과 일본 등 신규시장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라며 "중국에서는 '더 후' 판매와 마케팅에만 집중하면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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