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리적가정 조정에 보험업계 긴장…손보사 타격 최대
4분기 중 보험개혁회의서 논의 후 발표 전망
BEL 늘고 CSM 줄어…K-ICS도 하방 압력
공개 2024-10-22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올해 연말 보험 상품에 대한 계리적가정 조정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가정 대비 보수적으로 변경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려서다. 이는 특정 보험부채를 늘려 미래 수익 기반을 나빠지게 만들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업권 중에서는 특히 관련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손해보험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무·저해지 상품·손해율 관련 가이드라인 논의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분기 중 제4차 보험개혁회의가 열린다. 보험개혁회의는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보험사, 보험협회, 학계,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종합 기구다. 지난달 제3차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계리적가정 부분을 더욱 중점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과 연령대별 위험률(손해율) 가정 변경에 대한 것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지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금융감독원)
 
무·저해지 상품은 일반 상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중도 해지 시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것이 특징이다. 계약자가 많이 해지하면 장래 돌려줄 환급금이 줄어 보험사에 유리하다. 반대로 예상보다 해지가 적으면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예정해지율을 산정하는데 가정을 낙관적으로 높게 잡고 있었다. 새 회계 기준인 IFRS17 체계서 수익성 핵심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다. 향후 실제해지율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나면 미래 부담이 따르겠지만, 단기에 CSM을 높이는 쪽으로 선택했다. 
 
보험개혁회의에서 추진하는 사안은 해당 가정을 더 낮게, 즉 보수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먼저 전 업권에 동일한 모델을 적용해 통일성을 높이고, 납입완료 시점 해지율을 더 낮은 수치(0.01%)에 수렴하도록 만드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 상품 손해율 문제도 보험사에 불리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 상품에 대해 담보별로 평균 손해율을 적용하고 있던 것을 연령대별 기준으로 변경해 가정하는 내용이다. 통상 연령대가 높을수록 상품 손해율도 높게 형성된다. 개선안은 가정을 더욱 세부적이고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셈이다.
 
BEL 늘어나고 CSM 줄고…K-ICS 비율도 하방 압력
 
계리적가정 조정이 보수적으로 시행될 경우 보험사는 부채 구조에서 최선추정부채(BEL)가 증가하고 CSM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IFRS17 체계서 보험부채는 BEL과 CSM, 위험조정(RA) 세 가지로 구성된다. BEL이 보험부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BEL은 보험계약부채에서 보험금이나 환급금 지급 등 향후 이행해야 하는 현금유출 부분을 현행 이자율로 할인한 개념이다. CSM은 보험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장래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뜻한다. CSM 자체는 부채지만 이를 일부 상각하면서 보험손익으로 인식한다. RA는 위험률 상승 등으로 보험부채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한 추가 충당부채다.
 
(사진=연합뉴스)
 
계리적가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그만큼 상품 수익성이 떨어진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채(BEL)를 더 쌓아야 한다. 그 결과 CSM 성장률이 본래 기대 보다 크게 하락할 수 있다. CSM은 미실현이익인 만큼 수익성 기반도 약화된다.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 영향 측면에서는 하락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채 중에서도 CSM이 아닌 BEL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에 따라 자기자본은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해지율에 대한 가정 변경, 연령대별 위험률 적용 영향은 모두 BEL 증가와 CSM 감소로 예상된다”라면서 “증가된 BEL은 향후 금리 하락 구간에서 자본 감소와 K-ICS 하락 등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계 중에서도 특히 손해보험사에 대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평가된다. IFRS17 체계서 손해보험사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내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무·저해지 상품은 포트폴리오 중 특히 장기보험 부문에서 반영된다”라면서 “상품 비중은 보험사마다 편차가 큰 편이기 때문에 계리적가정 조정에 따른 영향도 양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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