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올해 3분기 자본성증권을 대량으로 발행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세 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이 저하되면서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발행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4분기에도 콜시점이 대거 도래하는 만큼 증권 발행이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환 목적 1건뿐, 대부분 새 자본확충
16일 보험·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약 3조4000억원이다. 자본성증권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말하는데,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보험사가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당 기간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
한화생명(088350)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 ▲교보생명 후순위채 7000억원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6500억원 ▲
롯데손해보험(000400) 후순위채 100억원 ▲
한화손해보험(000370) 후순위채 3500억원 ▲KDB생명 후순위채 2000억원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 6000억원 ▲흥국화재 후순위채 2000억원 ▲ABL생명 후순위채 2000억원 등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7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은 기발행 채권에 대한 차환 목적이며 이후 9월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6000억원은 새로운 자본확충 용도다. 이 외 다른 보험사가 발행한 건은 모두 차환이 아닌 추가 자본확충 목적으로 파악된다.
지난 3분기 발행 물량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수준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이후 발행 내역(1천억원 단위)은 ▲2023년 1분기 1조1000억원 ▲2023년 2분기 1조3000억원 ▲2023년 3분기 7000억원 ▲2023년 4분기 1000억원 ▲2024년 1분기 1000억원 ▲2024년 2분기 1조원 등이다. 지난 3분기에는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자본성증권을 다수 발행하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보험사가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지급여력 지표인 K-ICS 비율이 저하되고 있어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22개 생명보험사의 올 상반기 K-ICS 비율 평균은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192%다. 지난해 말보다 17%p 하락했다. 같은 기간 14개 손해보험사의 K-ICS 비율 평균은 211%로 7%p 떨어졌다.
개별 보험사의 편차도 컸다. 경과조치 후 기준 K-ICS 비율이 많이 떨어진 곳은 변동 폭이 두 자릿수였다. 해당 보험사와 변동 사항은 ▲교보생명 –51.4%p ▲KB라이프 –30.5%p ▲AIA생명 –35.9%p ▲DB생명 –68.9%p ▲ABL생명 –41.5%p ▲iM라이프 –54.4%p ▲롯데손해보험 –40.1%p ▲흥국화재 –33.9%p ▲MG손해보험 –32.5%p 등이다.
4분기 콜시점 대거 도래…발행 유인 더 커져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은 4분기에도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분기에 콜시점이 도래하는 금액만 7800억원으로 확인된다. KDB생명 1200억원, 푸본현대생명 1000억원, 롯데손해보험 800억원, 메리츠화재 2500억원,
코리안리(003690) 2300억원 등이다.
콜시점이 도래하면 기발행 채권을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4분기 도래 물량을 감안하면 차환 금액만 따져도 대규모다. 여기에 새로운 발행 건도 더해진다. 앞서 3분기 발행 양상이 차환보다는 자기자본 추가 확충에 방점이 찍혀 있던 만큼 4분기도 새 발행이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외부 환경적 배경도 발행 유인을 높이고 있다. 통상 보험사는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부채 평가에서 불리한데 자기자본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상반기에는 생명보험사 자본 규모가 90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조원 감소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는 48조원으로 3조원 줄었다.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제도적으로는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장기선도금리 하향, 유동성프리미엄 인하, 변동성 조정 등)가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금리 하락 시점에서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부채 규모가 더 크게 잡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구조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은 “금리 하락과 할인율 산출 기준의 강화로 자본관리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K-ICS 관리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자본성증권 발행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형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보험사의 조달금리 부담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3분기 자본성증권 발행금리 양상은 대형 생명보험사가 4%대에서, 중소형 생명·손해보험사가 5%~6% 수준에서 결정됐다. 가장 낮았던 건은 교보생명이 4.3%였으며 롯데손해보험이 6.4%로 가장 높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사와 달리 생명보험사는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이 보험부채와 K-ICS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형사도 자본성증권을 활발하게 발행하는 모습이 있었다”라면서 “금리 하락과 부채 할인율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채권 이자율이 내려간 점은 발행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