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9일까지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매수…자진 상장폐지 추진매수가와 주가 크게 차이 없어…아직 공개 매수 관련 공시 없는 상태상장폐지 이후 사업 구조조정 '속도'…부실 사업장 정리가 우선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이마트(139480)의
신세계건설(034300) 주식 공개 매수 기한이 절반 이상 지난 가운데, 진행 상황에 속도가 붙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 매수 발표 이전 신세계건설 주가가 공개 매수가에 가깝게 치솟은 탓에 주주들의 참여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건설 주식의 공개 매수 이후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을 하루빨리 단행해야 하는 이마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이마트)
‘최후의 보루’ 꺼낸 이마트…공개매수 시작부터 '삐걱'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달 29일까지 신세계건설 발행주식총수의 27.33%인 기명식 보통주식 212만661주를 공개 매수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27일 이마트 이사회를 통해 결정됐으며, 당시로부터 30일간 공개 매수가 진행되는 것이다.
공개매수신고서가 공시된 지난달 30일 기준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지분 70.46%(546만846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공개매수에 약 39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이마트가 약 27%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신세계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7만1432주(2.21%)를 합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가 될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선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제외한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마트는 이번 공개 매수 목적에 대해 “신세계건설의 지분을 취득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신속하게 사업 구조를 재편,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함”이라며 “공개 매수 이후 신세계건설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지분율이 달성되는 경우 최대한 신속히 상장폐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신세계건설과 같은 '모자 회사' 관계의 주식 공개 매수는 주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진행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이 때문에 통상 공개 매수 발표 이후 대상 회사의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런데 지난달 말 이마트의 공개 매수 발표 이전부터 신세계건설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정보가 사전에 샌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 매수 가격은 1만8300원이다. 지난달 30일 공개 매수 관련 공시 전 영업일인 9월27일 신세계건설 종가(1만6050원) 대비 14% 높은 금액이다. 공개 매수 발표 전인 지난달 11일 신세계건설 주가는 1만2500원이었는데, 이날 이후 10영업일 동안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공개 매수 공시일 신세계건설의 주가는 매수 가격인 1만8300원을 넘어선 1만8340원에 마감했고, 현재까지 1만8170~1만825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주식 매입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 결제일로부터 2영업일 이내에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를 공시하거나 자본시장법에 따른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의 보고' 공시로 갈음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신세계건설은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신세계건설의 주식 매입 상황을 파악하긴 어렵다"면서도 "공개 매수 종료 시점까지 아직 많은 시일이 남아 있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공개 매수를 예고한 주식 전량을 시장에서 취득하고 상장 폐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건설도 향후 응모율에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사들일 예정이다.
신세계건설 '악화일로' 실적…이마트 실적·재무 부담도 커져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영업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2년 별도 기준 영업손실 12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매출 1조5026억원을 올렸으나,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42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동안 영업손실은 643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건설은 모회사 이마트의 연결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9조4722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손실 469억원이 발생했다.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분기에는 영업손실 346억원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건설에서 32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6500억원 규모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면서 유동성에도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상장폐지 이후 시나리오는…“매각·합병 고려 안 해”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 매수 마무리 이후 즉시 상장폐지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건설이 이마트의 완전자회사가 된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은 올 상반기 효율적인 의사 결정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들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고, 부실 PF 사업장의 전담 관리를 위한 조직까지 신설했음에도 결과는 역부족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 이후 부실 사업장 정리 등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면서 “자회사의 실적 개선 시점이 당겨진다면 모회사인 당사의 재무부담도 경감되고, 주식가치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 역시 “과감한 부실 사업장 정리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수익성 강화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해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실적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익성이 확보된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책임준공 프로젝트 관리가 선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회사의 책임준공 약정 사업장은 총 15건이고, 약정 규모는 2조543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18건, 3조140억원보다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부실 PF 사업장들의 정리 이후 매각 또는 흡수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세계건설의 경영정상화 이후 사업 구조의 효율화를 위한 이마트의 행보가 예측되고 있는 탓이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신세계건설에 대한 매각과 흡수합병 계획은 전혀 없다”라며 잘라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