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신계약 전쟁)②단기납 지고 '제3보험' 뜬다
담보·특약 등 세분화하며 경량화된 신상품 지속 출시
CSM 환산배수 종신보험보다 높아 수익 효율성 우수
공개 2024-10-14 06:00:00
올 한 해 보험업계는 신계약을 하나라도 더 따내려는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됐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 체계서 수익성 핵심 요소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상품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부족한 생명보험 업계는 올해도 단기납 종신보험 영업에 집중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제3보험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모양새다. <IB토마토>는 생명보험 신계약 현황을 살펴보고 상품 변화 양상과 방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생명보험 업계 신계약 확보 전략은 단기납 종신보험에서 제3보험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제3보험은 종신보험 대비 수요가 많은 반면 보험료 납입 부담이 덜해 상품 판매 여건이 우호적이다. 보험사 수익 측면에서 보험계약마진(CSM) 환산배수도 높게 나온다. 효율성이 점점 떨어진 부분은 문제점으로 꼽히는데, 특히 중소형사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간병보험에 환급강화형 등 다양한 구성
 
10일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명보험사는 보장성보험 가운데 제3보험 상품을 다양한 형태로 출시하면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중간 지대로 질병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3보험은 기본적으로 납입 보험료가 종신보험 대비 저렴한 편이다. 보장받을 수 있는 영역도 소비자 필요에 맞춰 여러 담보와 특약으로 폭넓게 설계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실손의료보험이나 암 진단금 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반응이 뜨겁다.
 
(사진=연합뉴스)
 
제3보험 상품 중에서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영역 중 하나로 간병보험이 꼽힌다. 간병보험은 활동 불능이나 의식 불명 등으로 타인의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태나 그에 따른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험 필요성이 특히 커지고 있는 분야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제3보험도 각자 업권에 따라 특징이나 장점이 있는 요소들을 끼워 넣으면서 상품을 판매한다”라며 “생명보험이 선보이는 건강보험에서는 간병이나 요양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환급강화형 상품도 올 상반기 생명보험 업계서 대거 출시됐다. 이는 보장성보험에 높은 환급금을 설정하면서 보장성과 저축성 성격을 모두 갖추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암 진단 시 기납입 주계약 보험료를 돌려주고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식이다. 이는 원금을 보장받고자 하는 수요를 대상으로 삼는다.
 
최근 주요 상품 구성의 변경과 강화 내용으로는 ▲수술비 특약 가입한도 확대 ▲수술비 보험 출시 ▲암 통원비 특약 출시 ▲암 진단금과 특약 한도 상향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보장 간편 가입 ▲암 치료 특약 ▲질병후유장해 가입한도 확대 ▲응급실 내원 특약 등이 있었다. 각종 담보가 세분화되면서 경량화된 신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제3보험, CSM 환산배수 높아…중소형사 경쟁력 제고 절실
 
제3보험은 CSM 환산배수가 종신보험보다 높게 나와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주요 상장 보험사의 건강보험 환산배수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032830) 16.8배 ▲한화생명(088350) 14배 ▲동양생명(082640) 14배 등으로 파악된다. 종신보험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위축으로 신계약 CSM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커진 만큼 제3보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보험개발원이 경험생명표를 새로 발표, 4월부터 건강보험료가 인상된 바 있는데 당시 절판마케팅 시행으로 1분기 건강보험 신계약 판매가 상당한 호조를 보였다. 2분기 이후에도 여전히 우수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시장 역시 경쟁 격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생명보험사뿐만 아니라 손해보험사와도 다퉈야 하는 만큼 수익성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또한 계리적 가정 변경도 보수적으로 적용하면서 보장성보험 전반의 CSM 환산배수가 영향을 받았다. 올 상반기 신계약 CSM 수익성은 전년도 동기와 비교하면 크게 저하됐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는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지만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보험사 대비 자본력이 밀리는 가운데 브랜드 인지도나 상품 다양성·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요 판매 채널인 GA 확보 역시 대형사보다 시장 내 입지가 좁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서 상품 분류와 데이터 측정에 차이가 있어 상품을 개발하는 데 일정 부분 어려움이 있다”라며 “손해보험 같은 경우 상품 자체에 배상책임 담보가 붙어 선호도가 높고 경쟁력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상품 시장 구조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돼 있기 때문에 같은 상품으로 고객에 접근하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라며 “중소형 생명보험사 입장에서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든가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전반적으로는 CSM 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건강보험이 당분간 주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신계약 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CSM 조정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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