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제노포커스(187420)가 경영권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지에프퍼멘텍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풋옵션)에 대응했으나, 알짜 자회사였던 만큼 연결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제노포커스는 이외 종속회사를 활용한 자금 조달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별도 재무안정성도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제노포커스)
풋옵션 대응 위해 알짜 자회사 지분 매각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노포커스는 지난 2일 연결 자회사인 지에프퍼멘텍의 지분 절반을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대상회사는 노틱글로우홀딩스이며, 제노포커스가 보유한 지분 82.83%(544만4180주) 가운데 41.42%(272만2091주)를 192억원에 매각한다.
이는 가장 큰 숙제로 꼽히던 CB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제노포커스는 지난 2022년 232억원 규모의 제4회차 CB를 발행한 바 있다. 만기일은 2027년 7월6일이며, 전환가액은 5747원, 만기이자율은 2%로 설정했다.
그러나 제노포커스 주가는 지난 5월부터 3000원대에 그치면서 제4회차 CB의 최저조정가액(4023원)보다 낮아졌다. 사채권자 입장에서 차익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제노포커스의 올해 상반기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도 85억원에 그치면서 사채권자는 발빠른 자금회수(엑시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제노포커스는 올해 7월1일 제4회차 CB의 전체 금액 가운데, 약 50억원을 재매각한 바 있다. 당시 제노포커스와 사채권자와의 별도 협의 끝에 NH투자증권 주식회사에 재매각했고, 내년 6월28일까지 풋옵션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재매각을 통해 CB 상환 부담을 덜긴 했지만, 올해 상반기 이후 두 차례에 거쳐 제4회차 CB에 대한 약 189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발생했다. 현재 제4회차 CB 잔액은 49억원 정도가 남았다.
지에프퍼멘텍 지분 매각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지에프퍼멘텍의 지분을 절반 가량 잃은 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에프퍼멘텍은 당기순이익을 내던 알짜 자회사로, 이외 부진한 자회사들을 대신해 제노포커스의 연결 실적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에프퍼멘텍은 지난 2018년부터 제노포커스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당시 지에프퍼멘텍은 4억3809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지만, 바로 다음해인 2019년에는 당기순이익 8억4680만원을 달성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50억원과 1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주춤했으나, 지난해에는 1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올해 상반기(24억원)까지도 순이익 기조가 이어졌다.
지에프퍼멘텍은 제노포커스의 자회사 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순이익을 달성한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노포커스의 연결 자회사에 속하는 바이옴로직은 3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외 계열사인 Genofocus Biotechnology Inc.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긴 했지만 3031만원 수준에 그친다.
제노포커스는 지에프퍼멘텍 이외 자회사들의 지분 매각이나 투자 유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노포커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풋옵션 대응 전략 중 (지에프퍼멘텍의 지분 매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라며 "(바이옴로직에 관해서는) 현재 풋옵션과 신약개발 비용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바이오로직의 매각 또는 투자 유치 등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라고 전했다.
자회사보다 더 큰 문제는 별도 재무상태 '악화'
알짜 자회사까지 포기한 제노포커스의 더 큰 문제는 경영권 매각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별도 재무안정성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 매각 상대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수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노포커스의 경영권 매각은 지난해 롯데와의 논의로 시작됐다. 당시 검토가 이뤄지고 있었으나, 사업방향성과 협력에 따른 시너지를 고려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잠잠하던 경영권 매각은 올해 4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현재는 다수의 기업들과 논의 중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인수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말 별도 기준 제노포커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7억원 뿐이다. 지난해말까지는 122억원 수준의 유동성 자금을 보유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CB 상환 등으로 자금이 유출된 영향이 컸다.
CB의 굴레 빠지면서 유동성 악화를 겪자 재무안정성 지표도 악화됐다. 제노포커스의 올해 상반기말 기준 유동비율은 35.47%에 그친다. 지난해말(56.05%)보다 낮아졌으며, 적정 기준(200% 초과)에 못 미친다. 같은 시점 부채비율도 126.76%에 달하면서 적정 기준인 100%미만을 벗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별도 기준으로도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제노포커스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은 8214만원이다. 직전연도 동기에 1억3396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해 악화됐으며, 지난 2021년(2억1148만원)부터 이어진 흑자 기조가 깨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8억원에서 7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비용 효율화에 실패한 영향이 컸다.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46억원(68.18%)에서 45억원(64.02%)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20억원(29.85%)에서 26억원(37.15%)로 확대됐다.
수익성 악화는 국가 과제 비용이 지난해보다 늦게 집행된 점 등 회계에 반영된 시점이 상이했기 때문이라는 게 제노포커스 측의 설명이다. 다만, 실적 악화로 인해 당기순손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음수(-)로 전환됐다.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이 꺾였기 때문에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제노포커스는 올해 상반기에 영업활동으로 1억4292만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6억원의 현금이 흘러들어온 것과 대조된다.
제노포커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실적은) 국가과제 비용이 작년 대비 늦게 집행된 점 등 외부 비용을 회계에 반영하는 시점이 작년과 상이한 차이로, 기말에는 영업이익이 작년과 동일한 수준 또는 상승할 수 있도록 실적과 연구개발비 관리에 힘쓰고 있다"라며 "카탈라아제 등 주요 효소 매출이 작년 대비 증가한 상황에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원료 박람회 참여 등 신규 매출처 확보를 위한 노력과 UDCAse와 같은 신규 품목 개발에도 힘쓰고 있으며, 재무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초부터 투자유치를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