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이익 전년 대비 2배 상승…구리 가격 올라 '레깅효과'내년 구리 가격 상승 지속 의구심 높아지고 있어롤마진 등 제품 가격 상승으로 대응 가능할지 관심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이구산업(025820)이 올해 상반기 주요 원재료인 구리 가격 인상에 따른 '레깅효과'로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구산업은 전체 비용 중 원재료 비용이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레깅효과가 큰 기업이다. 다만, 내년도 구리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레깅효과로 인한 수익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전기 요금과 인건비 및 운반비 등 개별적인 생산 비용은 생산량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비용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이구산업은 제품 가격 인상 등 롤마진 확대를 통해 비용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구산업)
금속 가격 상승에 수익성 확대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구산업의 매출액은 2318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2268억원)은 2.2%, 영업이익(49억원)은 206% 증가했다. 이구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은 레깅효과 때문으로 파악된다. 래깅효과는 원자재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사이에 시차로 인해 수익성이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제품 판매 가격이 원재료 가격과 연동되는 상황에서 원재료 상승기에 판매되는 제품은 과거 낮은 가격에 구매한 원재료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현상이다.
이구산업은 올해 들어 국제 구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긍정적 래깅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구산업 등 금속업계는 구리 제품을 생산하기 보통 3~4개월 전 원자재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판매한 구리 제품의 원자재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에 걸쳐 구입한다. 따라서 상반기 구리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구리 가격보다 높을 경우 수익성이 확대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국제 구리 가격을 살펴보면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이다. LME 구리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1톤당 8257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톤당 9095달러로 10%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구리 가격은 하락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은 강화됐지만 판매량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LME 구리 가격이 제품 가격에 연동되는 까닭에 판매량이 늘어나면 구리 가격 상승률 이상의 매출 증가율이 나타나지만 올해 상반기 이구산업의 매출 증가율은 구리 가격 상승률을 밑돌았다.
아울러 구리 다음으로 이구산업이 많이 소비하는 아연 가격도 구리와 유사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아연의 1톤당 국제 평균 가격은 2641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평균가격(1톤당 2463달러)보다 7% 상승했다. 이에 향후 구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레깅효과가 이어지면서 이구산업의 수익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국제 구리 가격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 비용 상승에 롤마진 인상 추진
다만, 원자재 가격은 변수가 많은 까닭에 향후 지속적인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구리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구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증가했지만, 이구산업의 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건비 등 고정비와 전력 비용 및 운반비 등 생산에 필수적인 비용은 생산량 차이가 크게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이구산업의 구리 제품 생산량은 2만1598톤으로 지난해 상반기(2만1157톤)에 비해 2% 증가하는데 불과했다. 다만, 전력 비용 등이 포함된 기타 비용은 같은 기간 140억원에서 154억원으로 10% 증가했고, 인건비 등 고정비 항목도 79억원에서 83억원으로 5% 늘었다. 또한 제품 운반비 등도 47억원에서 56억원으로 19.1% 커졌다. 이들 비용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1.9%에서 13.5%로 1.6%포인트 상승하며 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비용 증가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구리 가격 상승이 필요하지만, 향후 구리 가격의 전망은 강세를 유지하되 지속적인 상승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골드만 삭스는 내년 구리 가격의 전망치를 당초 1톤당 1만5000달러에서 1만달러 수준으로 조정했다. 향후 구리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구리 가격도 1톤당 1만달러 내외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높은 구리 가격이 유지될 경우 원자재 구매 등 비용 부담이 올해 상반기에 비해 커지면서 비용 부담이 함께 나타날 경우 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이에 이구산업은 롤마진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롤마진은 금속 가공 업체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업계에서는 일종의 가공 수수료와 같은 개념으로 통한다. 인건비 등 고정 비용과 전기 요금 등은 업체 자체적으로 감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롤마진 인상은 주로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한 비용 전가 형태로 이뤄진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구리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롤마진 인상 여건은 충분히 조성된 상태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비싼 가격에 구리 제품 구매를 피하기 위해 구리 제품 수요 업체들이 서둘러 구리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수요가 커진다.
이구산업도 물가 상승 등 원가 부담에 따라 롤마진 인상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구산업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변동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향후 꾸준한 롤마진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