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흰 우유 소비 감소에도 실적 성장세…왜?
경쟁사 신성장동력 찾을 때 본업 집중 '반사이익'
프랜차이즈 카페에 공급되는 우유 비중 60% 차지
공개 2024-10-07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저출산과 값싼 수입 멸균우유 등장으로 국산 흰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외형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업계 2위 업체인 매일유업까지 우유 판매량 감소로 인해 외형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눈길을 끈다. 흰 우유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경쟁사들이 판매를 줄인 것과 반대로 서울우유는 지속적인 판매에 집중하면서 점유율 확대 등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서울우유)
 
유업계 매출 역성장 이어지는 가운데 나홀로 '성장세'
 
2일 서울우유협동조합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영업수익(매출)은 1조657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1조422억원)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우유는 지난해 2조1117억원을 기록하며 1937년 조합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2조 클럽'에 입성한 바 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267980)남양유업(003920)의 외형이 정체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상반기 기준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8976억원에서 올해 889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매출에서 약 60%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공부문 매출이 5478억원에서 5402억원으로 1.39% 줄어든 가운데 기타 사업 매출도 3498억원에서 3493억원으로 성장이 정체되면서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의 매출액은 5011억원에서 4787억원으로 4.47% 줄며 3개사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지만, 여전히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는데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이나 서울우유 등으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다시 남양유업 제품을 구매할 만큼의 유인책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흰 우유 소비량은 저출산과 값싼 수입산 멸균 우유 등장으로 국내 원유가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유제품별 생산 및 소비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소비량은 지난해 132만8956톤(T)으로 지난 2021년 137만1011T, 2022년 134만6629T으로 3년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협동조합' 형태 서울우유, 본업 집중하며 점유율 확대
 
이처럼 국내 소비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울우유는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 확대를 주요 사업 전략으로 꼽아왔다. 경쟁사와 달리 '협동조합' 형태인 서울우유는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낙농업을 경영하는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술·자금·자재·기술·정보 등을 제공하고, 조합원이 생산한 축산물의 판로 확대와 유통 원활화를 도모해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도 흰 우유 판매에 집중하게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개인의 우유 소비량이 감소한 것과 반대로 기업간 거래(B2B) 채널인 프랜차이즈 카페와 우유급식 점유율 확대에 집중한 점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입찰로 결정되는 우유급식은 매년 점유율이 바뀌지만 2021년까지 서울우유가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양유업 35%, 매일유업 5%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울우유의 점유율이 53%로 약 3%포인트 확대되면서 실적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현재 카페 프랜차이즈에 공급되는 제품 중 서울우유의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카페 10곳 중 6곳은 서울우유 제품을 사용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사 발표한 '2023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커피업종 가맹점수는 2021년 2만3204개에서 2022년 2만6217개로 1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같은 커피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서울우유의 기업간 소비자간 거래(B2B) 판매도 맞물려 성장했다.
 
마켓링크에 따르면 전체 우유 시장 점유율에서 서울우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45.6%에서 지난해 46.4%로 소폭 성장했다. 서울우유측은 브랜드 우수성과 차별성을 내세워 꾸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며 성장세를 이뤄냈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A2플러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오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A2 원유로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A2+ 우유는 A2 베타카제인만 담긴 원유로 만든 우유로, A1 베타카제인이 포함된 원유로 만든 우유와 달리 소화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강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루 평균 생산되는 서울우유의 원유 1900T 가운데 3%를 올해까지 A2 원유로 대체하고,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협동조합이라는 특성상 흰 우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점유율과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 100% A2플러스 출시 이후에도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특히 학교에 납품되는 우유급식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우유 중 60%가 서울우유 제품인 점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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