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케이뱅크가 기업상장(IPO)에 앞서 상품과 서비스 확대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혁신투자플랫폼 도약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공격적 행보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측은 이를 통해 자본적정성 향상하고 중저신용자 포용과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
개인사업자 대출 등 상품·서비스 다양화
27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신잔액은 15조6737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1조8376억원 증가했다. 여신뿐만 아니라 수신도 늘어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총수신은19조676억원에서 21조853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3년간 케이뱅크의 평균 여신 성장률은 39.7%, 수신 성장률은 29.8%로 은행 산업 평균인 4.9%와 3.6%를 크게 상회한다.
향후 전망도 밝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4일 개인사업자 부동산 담보대출 후순위 대출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 중 최초다. 특히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영역을 확대하면서 개인사업자 시장을 정조준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선순위 대출만 취급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에 대해 타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임대차계약이 없어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선순위 대출뿐만 아니라 후순위 대출로 범위를 확대해 개인사업자의 운전자금 확보를 돕는다. 케이뱅크의 상품은 대출 건당 5억원, 고객별 10억원 한도로 후순위 대출은 담보 가치까지만 허용된다.
금융감독원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증대 견제에 용도 검증에 대한 준비도 마쳤다. 케이뱅크는 자체적인 인공지능(AI)시스템을 개발해 자금 활용처가 사업 운전자금인지를 가려내고 있다. 신고데이터와 업종정보의 일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케이뱅크는 투자 탭도 신설했다. 제휴를 기반으로 한 투자상품과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한다. 투자 상품의 라인업을 강화한 데다 소액 구매 서비스인 가상자산 모으기 등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비상장주식 시세조회와 공모주 청약정보 안내를 제공하면서 고객 편의성도 챙겼다.
케이뱅크는 이미 상품운용 전략을 통한 효과를 봤다. 지난 2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연 10% 금리 적금을, 다음 달에는 최고 5% 정기예금을 특별판매하면서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올 상반기 케이뱅크의 이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서 110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수신 증가를 기반으로 한 여신 확대로 수익성도 제고했다. 상반기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은 85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4억원 증가했다. 이자수익이 1년 새 4150억원에서 5077억원으로 커진 덕분으로, 상장 후 대출 확대 등으로 수익 성장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323410)도 지난 2021년 8월 상장 이후 1년 간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고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는 등 대출 상품을 확대했다. 이어 보증서대출 등의 서비스를 추가해 여신 규모를 상장 당해 25조8615억원에서 올 상반기 42조5515억원으로 64.5%나 끌어올렸다.
자본 여력 '큰 힘'…상장 절차도 '착착'
케이뱅크가 개인사업자대출 등 여신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은 자본여력 덕분이다. 올해 확보한 수신 잔액과 더불어 상장이 마무리되면 자본적정성은 크게 뛸 것으로 보인다. 상장도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내달 10일부터 16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케이뱅크의 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9500원에서 1만2000원이다. 공모가액밴드 최하단인 9500원으로 결정될 경우 모집총액은 7790억원이다. 만약 모집가액이 최고액인 1만2000원이 된다면 케이뱅크가 상장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9840억원에 달한다. 시가총액도 최소 3조9586억원에서 5조원까지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중 2996억8000만원을 자본적정성 확보에 쓸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2021년 투자받은 7250억원도 자본으로 인정된다. 상장하지 못할 경우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었으나 상장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반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자본은 1조3245억원이다. 여기에 상장에 따른 조달자금 약 2997억원과 투자받은 7250억원을 더하면 2조3492억원으로 자본 덩치가 커진다. 케이뱅크의 총자본비율은 상반기 기준 13.86%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 후 자본을 넣어 단순 계산하면 24.6%로 오르게 된다.
케이뱅크는 자본적정성과 수신 증가를 등에 업고 상장 후에도 여신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여신 대비 수신 비중은 71.7%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가 79%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
은행업권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적극적인 상품과 서비스 출시가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는 것은 맞지만 출시 간격이 짧아 안정성이나 고객유입 등을 살펴볼 겨를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업비트를 통해 케이뱅크로 유입된 예치금이 빠져나가기 전 서비스 이용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부터 두나무와 펌뱅킹 서비스 제휴를 통해 업비트의 예치금 관리하고 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며, 이번 계약 종료 예정 시기는 내년 10월이다.
다만 케이뱅크는 총수신에서 업비트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꾸준히 줄여 대규모 유출에 대한 우려도 축소했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케이뱅크 내 가상자산사업자 수신 잔액이 총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9%에 달했으나 올해 6월 말 16.85%까지 줄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장 후에도 여신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개인사업자 고객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유치를 벌일 예정"이라며 "고객 니즈를 다방면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투자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