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피해자에게 219억원 보상을 지급하기로 해 유저들과 신뢰를 회복하고 2027년 매출 7조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넥슨은 올해 2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기존 지적재산권(IP)은 종으로 새로운 IP는 횡으로 넓혀 가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에 한국 법인인 넥슨코리아는 보상금 지급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향후 IP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플스토리 (사진=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피해에 200억원대 보상 지급
2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피해자 80만명을 대상으로 219억원에 이르는 보상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1인 최대 보상액은 1070만원에 달한다.
앞서 넥슨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1월 116억4200만원 과징금 판결을 받았다. 메이플스토리 게임에서 확률형 유료아이템인 ‘큐브’의 인기 옵션 출현 확률을 확연히 낮추거나 아예 ‘0’으로 조작한 이유에서다. 한 이용자는 나올 확률이 0%인 아이템 조합을 얻기 위해 1년간 2억8000만원을 쏟기도 했다. 결국 넥슨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결과를 수락해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한 5773명에 대한 보상액은 11억원이지만, 확률형 유료아이템 ‘큐브’를 구매한 전체 이용자 80만명을 모두 보상 대상에 포함시켜 보상금은 200억원대로 20배 가까이 확대됐다.
보상 대상은 2019년 3월1일부터 2021년 3월5일까지 메이플스토리에서 유료 아이템 '레드큐브(개당 1200원)'와 '블랙큐브(개당 2200원)'를 결제한 소비자다. 보상액은 레드큐브 사용액의 3.1%, 블랙큐브 사용액의 6.6%로 결정됐다.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올해 연말까지 넥슨 홈페이지에서 보상 신청을 한다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보상금은 현금으로 환급할 수 있는 넥슨캐시로 지급한다.
다만, 그간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벌어들인 금액에 비하면 보상금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큐브로 인한 매출은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넥슨 연간 매출은 한화 3조1306억원을 기록했는데 메이플스토리 매출 비중이 19%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같은 해 메이플스토리 매출 약 5948억원에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매출만 1784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넥슨코리아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216억원으로 보상금 지급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공정위에서 넥슨 외에도
위메이드(112040),
크래프톤(259960) 등 게임사에 대한 확률형 아이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선두주자인 넥슨이 대대적인 보상에 나서면서 게임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넥슨의 사례는 한국소비자원이 공정위의 조치와 연계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한 첫 사례이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급된 보상 중에 가장 큰 규모의 금액을 지급한 사례로 남게 됐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그동안 넥슨코리아는 조정 과정 전반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용자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주신 이용자분들께 보답하는 의미로 전체 이용자 대상 게임 아이템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넥슨 2027년 매출 7조원 목표로 종적·횡적 IP 성장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가장 큰 캐시카우로 작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매출 확대가 제한된 만큼 소비자 신뢰도 향상과 다양한 IP 발굴 등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캐피털 마켓 브리핑(CMB)’을 개최한 이정헌 넥슨 대표는 향후 종과 횡 전략으로 게임 라인업을 확대해 IP 파워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자회사도 신작 IP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과제로 지목된다.
넥슨은 설립 30주년인 올해 2분기 넥슨 3대 IP로 꼽히는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해 던전앤파이터와 FC가 선방하고, 지난 5월 중국에서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흥행한 것에 힘입어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처럼 기존 IP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종적인 확장을 거듭하고, 횡으로 다양한 IP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넥슨은 지난 3일 CMB에서 재무적인 목표로 2027년까지 매출 7500억엔(약 6조8779억원)과 영업이익 2500억엔(약 2조2932억원)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넥슨의 주요 지식재산권(IP)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합산 매출은 2027년까지 약 5300억엔(4조9039원)으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현지 문화권에 최적화해 모바일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M’, 샌드박스형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 등을 선보인다. 넥슨코리아 100% 자회사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4’에서 유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횡적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신작 IP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넥슨코리아 수익성은 2020년 29.42%에서 2022년 19.20%까지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엔 3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이 다시 27.21%로 증가했지만 자회사 성적이 다소 부진하다. 넥슨코리아가 지분 60%를 보유한 넥슨게임즈는 올해 상반기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넥슨게임즈는 신규 IP로 개발한 멀티플랫폼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를 지난 7월2일 출시해 서구권 공략에 나섰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에 따르면 퍼스트 디센던트의 하반기 예상 매출은 3400억원이다.
넥슨게임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확장한 '프로젝트 DW', 야생의 땅: 듀랑고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DX' 등 신규 프로젝트 개발을 지속해 훌륭한 IP로 안착시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목표"라며 "지난 7월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를 통해서는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