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CJ CGV(079160)가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내 지주사인 CGI홀딩스(CGI Holdings Limited)와 베트남 법인(CJ CGV VIETNAM CO., LTD)에 대한 채무보증을 연장했다. CGI홀딩스와 베트남 법인의 당기순손실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기존 보증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CGI홀딩스의 당기순손실은 베트남 법인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해외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당기순손실이 CGI홀딩스에 연쇄적인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면서다. 지난해 CGI홀딩스의 연간 당기순손실에서 베트남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4.36%에 달했다. 이에 베트남 법인의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CGI홀딩스·베트남법인, 당기순손실 지속에 채무보증 연장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7월부터 다섯차례 CGI홀딩스에 대한 기존 채무보증 건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서는 베트남 법인에 대한 채무 보증 건도 연장했다.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CJ CGV의 채무보증잔액을 살펴보면 CGI홀딩스가 214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튀르키예 법인(MARS CINEMA, TOURISM AND SPORTS FACILITIES MANAGEMENT, INC.)에 대한 채무보증잔액이 1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 법인(PT GRAHA LAYAR PRIMA TBK)과 베트남 법인(CJ CGV VIETNAM CO., LTD)은 각각 359억원, 343억원으로 튀르키예 법인 보다 적었으나, 채무보증 금액이 각 법인의 당기순이익보다 최대 11배 이상 많은 수준을 보였다.
이 가운데 채무보증금액이 가장 많은 CGI홀딩스와 베트남 법인이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우려가 제기된다. 종속회사인 베트남 법인 등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이 지주사격인 CGI홀딩스의 실적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베트남 법인의 연간 당기순손실 163억원이 발생하면서 CGI홀딩스 전체 당기순손실(193억원)의 84.36%를 차지했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 2018년 당기순손실 1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후 2019년 79억원 손실로 확대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436억원으로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2021년 323억원, 2022년 263억원, 2023년 163억원으로 손실폭이 지속적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지난 2020년 베트남 법인의 자본총계는 처음으로 2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4년 가까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영화관이 폐쇄되는 등 영화 관람객이 줄어든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탓이다.
베트남법인, 해외 매출 1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자본잠식'
베트남법인의 자본잠식도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21년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06억원으로 크게 확대된 이후 2022년 -881억원, 2023년 -10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자본총계가 -106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손실이 확대됐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CGI홀딩스에도 연쇄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CGI홀딩스는 베트남법인과 함께 다수의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종속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연결기준 영업손실도 올 상반기 98억원으로 직전연도(137억원) 대비 축소됐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1552억원에서 1280억원으로 줄면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다만, 베트남 법인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베트남의 영화관 티켓가격은 최저 4만동(한화 약 2168원)에서 최고 30만 동(약 1만6260원)으로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낮은 가격대와 젊은 세대 관람객들 주요 고객층으로 두고 있는 베트남 영화시장은 아직 '성장기'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컨슈머 서베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태티스타(Statista)는 베트남 영화 시장 매출이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4.86%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9년에는 시장 규모가 1억3341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의 영화관 매출은 8946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외형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베트남법인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익이 10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한 만큼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CJ CGV가 해외 계열사의 채무보증을 지속 연장함에 따른 채무 부담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CJ CGV가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6월 말 부채비율은 412.9%로 직전연도 말 1122.7%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70.3%에서 57.8%로 줄었다.
CJ CGV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해외법인도 국내 법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 당시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한 부분이 있다"라며 "최근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베트남법인 수익성이 개선되면 통합법인인 CGI홀딩스의 수익성 역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