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항공유 사업 뛰어든 정유사들…투자 경제성은 '의문'
수요 2030년 1835만톤으로 늘어날 것…2022년 대비 '70배 증가' 전망
우리 정부도 2027년부터 1% 내외 SAF 사용 의무화 추진
SAF 전용 생산시설 등 투자 대비 여전히 의무화 수준 낮아
공개 2024-09-25 06:00:00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옥수수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져 탄소배출 저감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만큼 유럽연합(EU) 등 각국에서도 SAF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매우 미미한 수준인데다 아직 시장 형성 단계이기 때문에 별도의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의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가 수출한 CORSIA SAF 수출선이 일본 치바항 부두에 도착해 나리타 공항 항공유 탱크로 양하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정부, 2027년부터 SAF 1% 내외 혼합 의무화 추진
 
20일 업계에 따르면 S-Oil(010950),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SAF 생산에 뛰어든 상태다. 전 세계적인 탄소규제와 온실가스 감축 흐름에 따라 SAF 사용이 점차 의무화되고 있는 대외 환경에 발맞추고 있는 것이다. SAF는 옥수수 등 동·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 및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EU는 내년부터 EU 내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를 연료의 2%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EU는 혼합 의무화 비중을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지난 9월 말 우리 정부도 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부터 1% 내외의 SAF 혼합 급유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2년 24만톤에 불과했던 세계 SAF 수요가 2030년 1835만톤으로 약 70배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가 일본에 SAF를 수출하는 등의 첫발을 뗀 상태다. 특히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인증 받은 국제항공 탄소상쇄 및 감축제도(CORSIA) SAF를 상업적인 규모로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티웨이항공과 SAF 사용운항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일본노선 상용 운항에 필요한 SAF는 물론, 향후 필요한 SAF 공급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에쓰오일 안와르 알 히즈아지 CEO는 “에쓰오일은 전세계적 탈 탄소 흐름에 부응하고 자원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하는 청정에너지 공급자로서 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시장 형성 단계…정부 지원 ‘필수적’
 
다만 EU와 한국정부가 의무화하도록 제시한 SAF 혼합 비율은 매우 미미한 정도라 정유업계가 SAF 전용 생산시설 등을 따로 투자해 건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에너지는 SAF 전용 시설을 준공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정확히 기존 시설을 활용한 코어프로세싱 방식이다. 에쓰오일 또한 코어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하면서 기존 설비를 이용해 SAF 일부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코어프로세싱 방식은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SAF 단가는 기존 항공유보다 2.5배 이상 비싸다. 기업 입장에서는 SAF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매우 적은 양의 SAF 의무화 비율을 생산해 내기 위해 전용 생산시설까지 짓는 것은 낭비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SAF를 생산하도록 종용하며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1%를 생산 하려고 수천억을 들여 생산시설을 짓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투자가 아니다”라며 “생산시설을 건설하더라도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결코 단기간 내에 흑자가 나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손해를 보면서 SAF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SAF 생산을 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SAF 의무화를 추진하는 만큼 세액 공제 등의 지원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022년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갤런 당 최대 1.75달러의 세금을 공제하도록 명시했다. 또 SAF의 탄소 감출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가 차등 적용된다. 공급망 개발 자금도 지원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SAF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원료 가공에서 연료 생산, 배급까지 전 과정이 해당된다.
 
EU도 ‘Fit for 55’계획에서 항공사가 SAF를 사용할 경우 생산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저탄소 기술 발전을 위한 혁신기금을 조성해 SAF 생산 시설 건설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초기 단계의 연구개발(R&D)에도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EU나 미국 등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과감한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은 SAF 설비를 지을 때 우리 돈으로 3200억원 정도의 예산을 할당해 지원하고 있고 일본은 약 27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설비투자를 할 때 지원하고 있다”면서 “세제지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이어 “SAF 생산 비용이 타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더 비싼 상황이 이어지면 항공사는 비싼 국내 SAF보다 해외에서 생산된 SAF를 수입해서 쓰게 될 것”이라면서 “SAF 시장이 제대로 물어 익을 때까지 정부가 다른 나라에서 지원하는 수준에 준하는 정도로 지원을 해야 우리 기업도 생산 효율 및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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