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흥국화재가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한다. 공모 후순위사채 발행은 이번이 4년 만이다.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경제적 가정 변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채권 발행 효과로 가용자본이 증가,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공모사채 발행…K-ICS 비율 14.2%p~21.3%p 상승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제22회차 무보증 후순위사채 2000억원을 공모 발행한다. 전날 진행된 수요예측에서는 추가 청약 과정을 거쳐 목표액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금액은 검토 과정을 거쳐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발행한 사채는 상환기일이 오는 2034년 9월로 만기 10년물이다. 공모희망금리 밴드는 5.9%~6.3% 수준에서 결정됐으며, 중도상환권(콜옵션)으로 5년이 부여됐다. 채권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이자는 매 1개월마다 지급하도록 설정했다.
흥국화재의 공모 후순위채 발행은 2020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후순위채 발행 5건이 있지만 4건은 사모로 발행됐다. 올 상반기 기준 기발행 후순위채와 잔액은 ▲2018년 11월 사모 600억원 ▲2018년 12월 사모 500억원 ▲2021년 3월 사모 450억원 ▲2021년 9월 사모 200억원 ▲2020년 7월 공모 400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2019년 3월에 발행했던 공모사채 1000억원은 5년 콜옵션 도래에 따라 상반기 중 조기상환했다.
채권 발행 목적과 효과는 지급여력 지표인 K-ICS 비율 제고다. 흥국화재의 K-ICS 비율은 지난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으로 207.1%다.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이 2조9214억원,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이 1조4110억원이다. 이번에 2000억원을 발행하면 가용자본이 늘어 K-ICS 비율이 14.2%p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금액을 3000억원까지 증액하면 K-ICS 비율이 21.3%p 오르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지난해 말인 229.2% 수준으로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추정치는 1분기 기준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기반으로 한 것이고, 채권 발행은 9월에 한 만큼 실제 효과는 3분기 기준에 맞춰 적용된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날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확보했다”라면서 “발행금액은 검토 과정을 거쳐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채권 발행으로 확충한 자금은 K-ICS 비율 관리를 충족하기 위한 운용 전략에 따라 투자할 예정이다. 주식과 채권 등 국내외 유가증권 투자, 대출과 단기금융 상품 운용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흥국화재는 그동안 장기 국공채나 만기가 긴 외화채권 투자를 늘리며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해 왔다. 듀레이션 장기화를 위해 장기채권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흥국화재)
흑자 기조로 자본적정성 유지 전망
앞선 1분기 흥국화재 K-ICS 비율이 저하된 배경에는 외부적으로 경제적 가정인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가, 내부적으로 후순위채 1000억원 상환이 영향을 미쳤다. 보험부채 할인율은 장기선도금리 하향, 최종관찰만기 확대, 유동성프리미엄 인하 등에 관한 내용으로 K-ICS 비율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보험부채 할인율 산정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업계서는 전반적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할인율 개편은 특히 생명보험에 영향력이 큰 편인데 생명보험이 기본적으로 보험계약(부채) 만기가 길어서다. 다만 손해보험도 장기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의하면 할인율 변경 영향은 통상 K-ICS 비율 10%p 내외 정도로 알려졌다.
흥국화재는 경과조치 전 기준의 K-ICS 비율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과조치 전 기준 K-ICS 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157.0%다. 경과조치 후와 달리 전 기준은 지난해 말 대비 1.0%p로 소폭 하락했다. 적용되고 있는 경과조치 내용는 보험리스크 가운데 해지와 사업비 부문이다. 경과조치는 위험액 등을 10년에 나눠서 인식하는 만큼 적용 전과 후가 다르게 움직인다. 다만 후순위채 발행은 보완자본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상승효과는 경과조치 전과 후가 비슷하게 반영된다.
정원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흥국화재는 장기간 흑자 기조를 통해 누적된 자기자본과 경과조치 적용 등의 적절한 규제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신제도 과도기인 점을 감안해 K-ICS 변동 수준과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