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에이치엔, 재무 악화 속 유증 난항 예고…신주 발행가 변수
2002억원 규모 유상증자…시설 투자 및 운영자금 투입 예정
불안정한 시황에 업황도 악화…최종 신주 발행가 하락 전망
모집금액 부족할 시 자체 자금조달 및 금융권 차입 예고
공개 2024-09-12 06:00:00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종합 환경시스템 업체인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이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원하는 금액을 모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등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며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에서 최근 시황도 좋지 않아 신주 발행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올 4분기부터 양극재를 담는 용기인 도가니(Sagger)와 양극재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는 첨가물인 도판트(Dopant) 등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사진=에코프로에이치엔)
 
전방산업 악화에 실적 '부진' 발목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에이치엔은 구주 1주당 신주 0.298주를 배정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행할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 대상으로도 신주 113만4000주를 발행, 이를 통해 총 2002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시설과 운영자금에 투입하기로 했다.
 
조달 자금 2002억원 가운데 600억원은 전해액 첨가제와 도가니, 도판트 등 이차전지 소재 관련 기술 개발과 제품 생산에 투자한다. 앞서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 2021년부터 전해액 첨가제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사업을 일궈왔다. 회사는 전해액 첨가제 종류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가 계획한 대로 원활히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먼저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영향으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 2분기 에코프로에이치엔의 매출은 468억원, 영업이익은 3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565억원, 112억원) 대비 17.2%, 67.9% 감소했다. 올 상반기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수익성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20%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11%로 반토막이 났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외형이 축소한 데는 미세먼지 저감 및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부문 매출 감소 영향이 주요했다. 전기차 캐즘에 따라 수주 물량도 줄어들면서 올 2분기 기준 제품별 평균 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감소했다.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 규모도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보다 10배나 큰 상황이다. 2분기 기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유동부채는 787억원으로, 이 중 단기차입금이 440억원에 달한다. 전체 유동부채 가운데 5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회사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0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여기에 기타유동자산 28억원을 보태도 부채를 상환하기에 역부족이다.
 
회사가 금융권에서 차입한 돈에서 발생한 이자비용을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지난해 2분기 20.2배로 매우 우수한 상태였지만 올 2분기 –15.4배까지 떨어졌다. 현금흐름 또한 좋지 않다. 2분기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억원을 기록한 상태에서 투자활동으로 233억원이나 빠져나가 보유한 현금 대비 투자규모가 매우 커 재무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 주가 지속 하락으로 최종 발행가 낮아질 듯
 
여기에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최근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신주 발행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는 지난 3월19일 올해 들어 최고가인 9만500원을 기록한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10일 종가는 3만6550원을 기록하면서 신주 예정 발행가인 3만5300원과 비교해 크게 높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예정 발행가는 유상증자에 대한 이사회 결의일 직전 거래일인  9월3일을 기산일로 1개월 가중산술평균 주가,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및 기산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한 가액과 기산일 종가 중 낮은 금액을 기준주가로 20% 할인한 금액이다.
 
향후 1, 2차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또 다시 동일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액으로 최종 발행가액이 정해진다. 이 때문에 향후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고 내리막길을 지속할 경우 최종 발행가액은 3만5300원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발행주식 수가 정해진 상태에서 발행가액이 낮아지면 에코프로에이치엔이 목표한 2002억원을 모두 모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신주 발행가격이 예정보다 낮아져 계획한 규모보다 모집금액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체 자금과 함께 은행 등에서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B토마토>는 에코프로 측에 유상증자가 계획한 금액을 모집할 수 있을지 등을 질의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권영지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