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SK증권(001510)이 유상증자 주관을 발판 삼아 주식자본시장(ECM) 역량 강화에 한창이다. 중소형은 물론 까다로운 딜까지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행보는 기업공개(IPO) 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유상증자로 ECM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ECM 강화 목표…까다로운 유상증자까지 주관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미래산업(025560)은 전체 발행물량 120%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우선공모로 진행된다. 오는 11월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우선 청약을 진행하고 이어 11월11일과 12일 구주주 청약 이후 미청약분을 대상으로 일반 공모할 계획이다.
미래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 자금을 주력 제품의 생산을 위한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 지배회사인 에스엘에너지가 보유한 기흥 공장 및 토지를 4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여기에 유상증자로 확보된 자금이 투입된다고 해석돼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유상증자 공시 직후 인 지난 8월27일 미래산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86% 하락한 13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에도 주가 하락은 계속돼 10일 미래산업의 주가는 1252원에 마감했다.
이번 유상증자 주관사는 SK증권이다. SK증권은 투자중개업자로 참여해 증권 발행과 인수에 대한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엔 통상적인 발행주식 인수 업무는 수행하지 않는다.
SK증권이 발행주식 인수에 나서지 않는 것은 미래산업의 리스크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산업은 지난해 7월
쌍방울(102280)그룹에서
넥스턴(089140)바이오로 경영권이 이전됐다. 현재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지분 9.55%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산업을 비롯한 회사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미래산업은 온영두 에스엘홀딩스컴퍼니 대표이사를 정점으로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에스엘(005850)에너지→스튜디오산타클로스→넥스턴바이오→미래산업 순으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온 대표는 앞서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자본 M&A로 기업을 인수해 전환사채(CB)를 활용, 차익을 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실제 온 회장이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장사 6곳 중 2곳은 거래 정지됐고 결손기업도 여럿이다.
경쟁 치열한 IPO 대신 유증 선택
사실 미래산업 유상증자는 까다로운 딜로 통한다. 주주우선공모로 진행되는 유상증자지만 지배주주 소유 지분이 비교적 적어 대주주 참여도 불확실하고, 오너 평판도 좋지 않아 소액주주는 물론 일반 투자자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 주관을 맡은 SK증권도 이점을 분명 고려했다. 주관업무 대신 인수 물량을 따로 설정하지 않아 혹시 발생할 실권주 리스크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SK증권은 대표 발행 주관사로서 신규 발행 주식에 대한 영업을 해야 한다.
(사진=SK증권)
앞서 SK증권은 기존 채권자본시장(DCM)에 치중된 IB의 영역 확대에 나섰다. ECM 업무를 맡는 기업금융2본부는 기존 2부 체제에서 3부 체제로 확대했다. 이어 이종호 ECM본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조직개편에서 SK증권은 '1총괄 9부문 30본부 10실'을 '1총괄 6부문 20본부 7실'로 조직을 축소했다. 전반적인 회사 조직 축소에도 불구하고 IPO와 유상증자, 주식관련 사채(메자닌) 발행 업무 등 ECM 부문만큼은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ECM에서 SK증권은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못했다. 특히 IPO에서는 부진이 이어졌다. 2023년 씨유박스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주관액수는 23억원에 그쳤다. 올 들어 6년 만에 재생 전문기업 로킷헬스케어의 IPO를 대표 주관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SK증권이 까다로운 미래산업 딜을 주관하면서까지 유상증자를 ECM 강화 방안으로 삼은 이유다. IPO 대신 상대적으로 대형사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유상증자 시장에서 ECM 역량을 키워 후일을 도모한다는 판단에서다.
위험한 상품 인식 우려…'선별 필요'
SK증권이 유상증자로 본격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SK증권은 한국비엔씨의 156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하면서 당해 유상증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지난해에는 증시 불황 속에서도 총 3건의 유상증자를 대표 주관해 740억원의 실적을 쌓으며 리그테이블에도 다시 등장했다.
올해는 연초부터 중형급 딜을 연달아 주관해 이미 작년 실적을 상회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8월까지 총 8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이중 7곳의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총 주관 액수 규모는 2010억원에 달한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SK증권은 8월까지 누적 유상증자 실적에서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필연적으로 IPO보다는 리스크가 크고 까다롭다. 미매각될 경우 주관사와 인수사가 실권주를 인수해야 하는 부담도 있어 자금융통 선택지에서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실제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11월 진행된 분자 진단 기기 개발사 미코바이오메드의 유상증자에서 당시 금액으로는 157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에서도 지분인수 후 200억원대 손실을 보고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현재 미래산업 유상증자의 경우 SK증권에 불이익은 없다. 모집만 주선하고 미매각 물량을 인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산업 자체 리스크가 커 위험한 상품을 파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신약 개발사 진원생명과학과 영상인식 인공지능(AI) 전문기업 알체라도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불발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단순 주선만을 놓고 보면 증권사의 리스크는 확실히 작지만 모집 주선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라며 "결국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권유를 해야 하는데 그 기업이 진짜 권유할 만한 기업인가라고 물을 때 많은 경우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증권사 입장에선 단순 주관 업무만을 했다고 강변할 수도 있겠으나 금융당국이 보는 시선이 다를 수도 있는 만큼 선별적인 기업 선택과 리스크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