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을 넘어서는 기업을 공정거래법에서는 독과점업체(시장지배적사업자)라고 정의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때에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고금리 기조와 소비침체로 인해 자영업자의 대출연체는 15조원을 돌파했다. 전례 없이 늘어난 폐업률은 자영업자의 시름을 방증한다. 이 가운데 시장지배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에서는 어떻게 배민이 시장지배사업자의 위치에 올라섰고, 이번 수수료 인상 배경에는 무엇이 있으며, 향후 정부와 업계에 어떤 대응방안이 필요할지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진광종씨는 최근 배달의민족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서명에 참여했다. 매출의 35%가 배민에서 발생하지만 수수료와 광고료 등으로 약 300만원이 지출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진 씨는 "처음 배달의민족을 이용했을 때는 매출도 많이 늘었고 배달시스템도 간편해 구세주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피를 빨아 먹는 드라큘라처럼 느껴진다"라면서 "플랫폼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서 경쟁하듯 배민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위메프오와 땡겨요 등 공공배달앱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경기가 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면서 지난해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가 99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배달 시장 점유율 약 60%에 육박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최근 배달수수료율을 3%포인트 올리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광주광역시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탈배민'에 나섰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라는 강수를 띄웠다.
(사진=배달의민족)
'시장지배적 기업' 배민, 수수료 인상에 부담 심화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해 6월까지 국내 배달앱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점유율은 66.6%로 독점적 플랫폼 지위를 유지했다. 최근 후발주자인 쿠팡이츠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와이즈랩 등에서는 지난달 배민의 점유율을 58.7%로 분석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지배적사업자(독과점 사업자)다.
이 가운데 배민은 지난달 9일부터 배민1플러스(배민배달)의 중개수수료율을 9.8%로 기존보다 3%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배민은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중개수수료율 역시 각각 9.8%, 9.7%로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물가인상, 소비심리 위축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배민에 입점한 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중개이용료, 배달비, 결제정산수수료로 나뉜다. 배민의 기존 정액형 요금제(가게배달)가 플랫폼 노출의 대가로 점주로부터 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내는 것과 달리, 배민1플러스는 배민이 직접 라이더를 수급하고, 점주로부터 주문 1건당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받는다. 지난달부터 중개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가 음식 2만원5000원치를 주문하면 입점업체들은 기존 1700원이 나가던 수수료를 2450원으로 내게 됐다. 약 750원 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배민 측은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에 따라 100~900원 인하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업주 부담률은 최대 7.9%까지 증가하게 된다. 진 씨의 경우에는 배민을 통해 발생한 매출 1740만원 중 쿠폰 등을 포함한 중개수수료로 287만5000원과 깃발(울트라콜) 광고 명목으로 별도로 44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매출 5분의 1에 해당하는 331만5000원을 배민 사용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1인당 최저임금(206만원) 보다도 1.6배 많은 돈이다.
할인 쿠폰 프로모션도 입점업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에는 할인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배달의민족 부담 쿠폰'과 '가게 부담 쿠폰'이 나뉘어서 운영된다. 배달의민족 부담 쿠폰은 할인 금액을 배달의민족이 부담하고, 업주에게는 할인 전 금액과 수수료로 정산된다. 하지만 가게 부담 쿠폰은 할인 금액을 가게가 부담하므로 할인 후 금액과 수수료로 정산된다.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가게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쿠폰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 씨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할인 쿠폰을 제공하지 않으면 플랫폼 상위 노출이 불가능하고 이는 곧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쟁하듯 할인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는 플랫폼 노출 대가로 월 8만8000원을 제공하고 배달라이더는 자체 수급할 수 있었지만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시점을 기점으로 수수료가 생기고 부담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사업부진으로 폐업한 요식업자 8만명 육박
최근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가 지난 5월13일에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신고센터를 개설해 약 두 달 간 150여 건의 신고 접수를 받은 결과, 배달앱 3사를 지목해 신고한 비율이 80% 이상에 달했다. 입점업체 45.6%가 신고 접수를 완료했고, 수수료 과다가 69건에 달했다. 지난달 수수료 인상 이전부터 이미 배민이 수수료 인상을 발표하기 전부터 입점업체들이 수수료 부담을 느껴왔던 셈이다.
통계청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자영업자 법인·일반·간이·면세사업자 98만6487명이 폐업을 선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폐업자수(92만2159명) 보다 6.98% 높은 수치로, 최근 5개년 가운데 최대치다. 이 중 사업부진을 이유로 폐업을 선택한 사업자는 총 48만2183명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음식업은 지난해 총 15만8328명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부진이 7만9663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음식업종 폐업자는 최근 5개년 중 지난해가 최대치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산하 1000여개 회원사와 12만여 소속 가맹점사업자들은 수수료 인상 철회 요구와 함께 배민을 포함한 3개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강수를 뒀다.
업계 1위 배민이 지난해 역대 최대인 약 7000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내고도 올해 초 정률제 기반 배민원플러스를 출시하면서 플랫폼 내 노출, 무료 배달 프로모션 등에 차별을 두며 정액제 이용 업주들의 요금제 전환을 반강제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존과 달리 배민1플러스 사용 시 배달료 3000원을 고정으로 지출하게 되면서 체감 인상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이전에는 배달료 6000원이 발생하면 입점업체의 사정에 따라 소비자에게 0~6000원을 부담시킬 수 있었지만, 해당 요금제에서는 지역에 따라 1900~2900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번 배민의 수수료 인상을 두고 업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등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자사 핵심 상품의 수수료율을 절반 가까이 인상한다고 기습 발표하는 것은 대형 플랫폼의 전형적인 횡포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이상인 경우 독과점으로 판단한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때에 공정위는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중개수수료 외에도 결제 수수료 3.3% 등을 포함해 매출의 약 30%가 이용료로 나가는 구조인 데다 플랫폼 내 노출 역시 배민원에게만 유리한 구조로 입점업체들은 반강제적으로 요금제를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배민이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회원사·소속 가맹점, 외식업계와 소상공인 업계와 연대하여 법적 대응 등 가능한 한 모든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