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완구 넘어 배터리로…이차전지가 신성장 동력 될까
전체 매출 95% 이상 장난감 등 상품이 차지
주력사업 장난감서 이차전지로 '전환'
주요 완성차 업체들 캐즘에 전기차 전략 축소 숙제
공개 2024-09-11 06:00:00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어린이 완구 전문기업 손오공(066910)이 기존 완구 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차전지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기존의 장난감 사업으로는 외형성장이 이뤄지지 않자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배터리에 손을 뻗은 것이다. 손오공은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를 설립하고 글로벌 소재와 매장지 확보, 플랜트 설립 및 운영,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으며 세계 각국과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손오공머티리얼즈)
 
눈에 띄는 외형 감소에 주력 사업 '전환'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오공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손오공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익은 2019년 각각 734억원, -21억원, 2020년 853억원, -14억원, 2021년 755억원, 12억원, 2022년 667억원, -60억원, 지난해 504억원, -95억원이다. 매출은 점차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 2021년 잠시 흑자 전환 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적자 전환해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손오공이 부진한 실적을 이어온 데는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장난감 등의 상품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손오공의 지난해 실적에 대해 “자체 지적재산권 제작 및 콘텐츠 투자에 소홀해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다음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4년간 매출 하락세가 지속돼 지난해 적자 전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손오공은 주력 사업을 기존의 완구 사업에서 이차전지로 전환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회사는 이 같은 사업을 이끌 자회사로 지난 1월 손오공머티리얼즈를 설립했다. 현재 회사는 글로벌 소재와 매장지 확보, 플랜트 설립과 운영,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해 운영 중이다. 탄산리튬 플랜트 설립과 운영을 위한 자체 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안정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도 다지는 중이다. 손오공은 유럽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중국, 볼리비아 등과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원료 수입과 유통 추진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손오공머티리얼즈는 볼리비아리튬공사(YLB)와 공업용 탄산리튬 장기 공급계약 체결에 성공해 2028년까지 최대 5년간 탄산리튬을 볼리비아 국영기업으로부터 공급받게 됐다.
 
계약에 따르면 YLB는 볼리비아 포토시 우유니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연간 7000톤 이상의 탄신리튬 가운데 3000톤을 우선적으로 손오공머티리얼즈에 공급하게 된다. YLB는 설비 증설 등으로 인해 매년 늘어나는 생산량을 손오공머티리얼즈에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나이지리아의 리튬 광산 지분 확보에도 성공했다. 손오공머티리얼즈는 계약에 따라 지브라 에너지가 보유한 리튬 광산에 100만 달러 규모의 광산 채굴 및 가공장비 등 현물 투자를 진행과 함께 해당 광산의 지분 20%, 현지의 안정적인 고순도 리튬 스포듀민을 확보하게 된다. 손오공머티리얼즈가 채굴과 가공에 필요한 최신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지브라에너지는 리튬 광산 운영과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다.
 
심화하는 캐즘…이차전지 사업 수익성 보장 '의문'
 
이처럼 손오공머티리얼즈를 통한 손오공의 이차전지 사업이 순탄한 듯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수익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줄줄이 전기차 관련 사업을 수정하면서 전기차에 탑재될 이차전지 등 배터리 수요도 줄어든 상태기 때문이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전기 스포츠실용차 생산 계획을 철회하고 전기차에 대한 연간 자본적지출(CAPEX) 비율도 40%에서 30%로 축소하기로 했다.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볼보자동차도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하이브리드 모델 비율을 10% 정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전방산업 악화에 국내 배터리 업계 역시 투자 속도와 규모를 조절하는 등 캐즘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모두 전기차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기차와 이차전지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오공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이차전지를 미래 먹거리로 정한 이유에 대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존 완구 산업이 저출산 등의 문제로 인해 시장이 침체된 상태이다 보니 신규 사업을 통해 매출 기대 효과를 얻으려고 한 것"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시장조사를 한 결과 탄산리튬이라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매출을 내기 적합하다고 판단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가시화 시점에 대해서는 "국내 영업활동 실적은 올해 반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거래에서는 중국 등과 제3자 무역거래를 원활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당 거래에 대한 매출이 3~4분기나 올해 결산까지는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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