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중국 내 대출 확대…경기 부진이 발목 잡나
중국 내 운용자산 증가세…해외 법인 중 최대
기업대출 확대로 위험가중 자산도 규모 키워
공개 2024-09-09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기업은행(024110)이 중국 내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경기 회복 지연으로 건전성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은행은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대출 등을 늘리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성장률이 자산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기업은행 본점.(사진=기업은행)
 
해외 운용자산 중 중국 비중 가장 커
 
5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해외 자산 운용액은 총 53억3900만달러(약 7조1661억원)다. 이중 중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상반기 기준 절반이 넘는 28억8200만달러다. 한화로는 약 3조877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억8300만달러에서 45.3% 증가한 규모다.
 
기업은행이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중국 비중이 가장 크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카타르가 뒤를 잇는다. 올 상반기 운용 자산은 미국 17억4900만달러, 인도네시아 8억7600만달러, 카타르 3억3200만달러 규모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카타르 등 비교적 운용 자산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으나 미국 내 운용 자산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 말 미국 운용 자산은 18억1000만달러에서 1년 새 3.4% 감소했다.
 
기업은행의 중국 내 운용 자산은 대출금과 유가증권으로 나뉜다. 운용 자산 내에는 기업은행 중국 법인이 운용하는 자산과 한국의 기업은행이 운용하는 자산이 합쳐져있다. 운용 자산은 상반기 기준 대출금은 24억2800만달러, 유가증권이 4억5400만달러다. 지난해 상반기 대출금이 14억3100만달러, 유가증권이 5억5200만달러였으나, 대출금은 1년 새 10억달러 넘게 증가한 반면 유가증권은 감소 추이를 보였다.
 
 
중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산은 2022년 잠시 주춤한 것을 제외하면 연간 잔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15억1200만달러에 불과하던 중국 내 자산은 지난해 말 30억6400달러를 찍으면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2분기 연속 감소세지만 여전히 최대 규모다.  
 
중국 내 운용 자산 규모가 등락하는 이유는 현지 기업 대상으로 단기 대출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대출 실행과 상환 시기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큰 폭으로 자산이 증가한 부분은 기업은행 중국 법인의 현지 대출사업 확장 계획 수립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회복 지연에 건전성 '의문'
 
기업은행이 최근 5년 새 중국 내 운용 자산 규모를 두배 가까이 늘렸지만 건전성은 의문이다. 2020년부터 조짐이 보이던 중국 부동산 위기를 시작으로 현지 경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국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내수 경기가 악화되고, 투자 규모도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수년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4.7%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설정한 연간 목표치 5%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5.2%, 1분기 5.2%를 기록하면서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으나, 6월 말 전분기 대비 0.6%p 하락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꺾였다.
 
특히 소비심리 회복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엔데믹 이후 외식 등 소매 판매가 증가하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반기 중국 외식소비 증가율을 비롯해 온라인 소비 증가율 등은 여전히 10%를 밑돌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은행 중국 법인은 공격적인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첨단·녹색 설비 투자 확대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기업은행의 중국법인인 기업은행(중국)유한공사는 냉동육류구매자금대출 업무를 시행하는 등 대출 상품을 다양화했으며, 올해 초에는 역대 최고 신용평가등급인 AAA를 취득했다.
 
중국 법인 내 대출이 증가하면서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법인의 올 상반기 위험가중자산은 2조6527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5376억원 대비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이와 관련 본사와 중국 법인 모두 현지 기업에 실행하는 단기대출은 높은 신용도를 기반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국에 실행된 단기 대출은 은행 등 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로, 대부분 신용도가 좋아 건전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