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예상 넘어선 주주 환원 '추진'…재무 체력 받쳐줄까
내년부터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최소 35% 이상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해 소각할 계획
잉여현금흐름 적자에 대규모 투자 앞두고 있어 우려
공개 2024-09-05 06:00:00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차(005380)가 주당 최소배당금을 1만원으로 잡는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총주주환원율(TSR)을 최소 3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예상보다 강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앞으로 10년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점을 고려할 때 이처럼 강한 강도의 밸류업 계획을 실현할 경우 재무체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상보다 강한 주주환원 정책
 
3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TSR)을 최소 35% 이상으로 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 주주환원율보다 10%포인트 확대한 수준으로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이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주당 최소 배당금이 연간 최소 1만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분기 배당금은 주당 2000~2500원으로 늘어난다. 현대차는 일회성 주주환원이 아닌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이어가기 위해 3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1~23%로 목표를 세웠다. 회사는 앞으로 3년간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예상보다 강한 강도의 밸류업 계획을 내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003470) 이현수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한 TSR 35%는 기존 정책 대비 10%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경쟁사인 도요타 및 혼다의 주주환원 정책과 비교해서도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향후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을 이어가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은 회사가 가진 재무체력 대비 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는 앞으로 10년간 120.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연간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기존의 연간 CAPEX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최근 4년간 현대차의 CAPEX는 4조원에서 7조원 사이를 오갔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연간 CAPEX는 2020년 4조6878억원, 2021년에는 4조3043억원, 2022년에는 4조150억원, 지난해에는 7조7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CAPEX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2022년을 제외하고는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라는 것은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만으로는 시설 투자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이럴 경우에는 부족한 현금을 은행 등에서 빌려 투자금에 보태는 경우가 많다.
 
 
 
빚 많은데…강한 배당정책에 재무부담 가중 '우려'
 
실제로 현대차는 2022년을 제외한 지난 4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재무활동현금흐름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5188억원을 기록, 투자활동으로 8조6494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현금이 부족한 가운데 과중한 투자금을 감당하기 위해 재무활동으로 9조3934원이나 유입됐다. 영업 및 투자활동에 따른 자금 유출을 메우기 위해 은행 차입 등을 통한 재무활동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대비 부채 비중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연간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현대차가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73조3621억원, 이 중 단기차입금은 9조355억원으로 전체 유동부채 가운데 12.3%에 달한다. 반면 회사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조1666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여기에 이자비용을 포함한 금융원가도 9707억원으로 약 1조원에 달해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감한 배당 정책으로 인해 재무체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회사의 현금 유동성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도요타그룹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이르면 다음 달 방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수소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 양사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도요타와 현대차는 각각 세계 1위, 3위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면서 수소 사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요타의 미라이, 현대차의 넥쏘 등 두 회사의 수소차가 전 세계 수소상용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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