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생숙·지산마저 '말썽'…한 달새 730억 채무 인수 '된서리'
부산 해운대 ‘빌리브 패러그라프’ 수분양자 중도금 대금 미납부…571억원 채무인수
'구리갈매 휴밸나인' 수분양자 소송전 비화 신세계건설에 '불똥'
이마트 6500억원 지원 따른 이자비용 1년 460억원…올 들어 영업실적 더욱 악화
공개 2024-09-02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올 상반기 모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끈 신세계건설(034300)의 분양 사업장에서 추가 부실이 터져 나왔다. 과거 분양을 진행한 생활형 숙박시설과 지식산업센터의 분양대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700억원 이상의 채무를 인수한 것이다. 크게 불어난 이자비용으로 영업실적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신세계건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해운대구 소재 '빌리브 패러그라프'.(사진=신세계건설)
 
1개월 간격 사업장 2곳 연달아 '채무인수'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 27일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대출 미지급액 571억원을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0년 11월 동양생명(082640) 등 대주단과 1338억원 규모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채무보증 기간은 이달 31일까지다. 이 단지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시 미상환 채무를 신세계건설이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생활형 숙박시설이다. 지난 2020년 진행된 청약에선 최고 경쟁률 266.83대 1, 평균 38.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호실의 계약이 완료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생활형 숙박시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국적인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했다. 투대다수 투자자들이 이 단지 입주 이후 분양 호실을 활용해 임대업을 계획했지만 규제 강화에 따라 실거주도, 임대도 사실상 어려워진 탓이다.
 
회사는 지난 7월31일에도 분양 사업장의 채무인수를 공시한 바 있다. 지식산업센터인 ‘구리갈매 휴밸나인’ 수분양자들의 미상환 채무를 인수했다. 이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들이 올해 4월 시행사인 갈매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와 대주단을 상대로 계약 해제, 분양대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영향이다. 분양계약서상 면적과 등기부등본상 대지권 비율 간 오차 발생으로 ‘사기 분양’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금 대출의 만기가 올해 7월31일에 도래하면서 일부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대출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연대보증인인 신세계건설이 해당 채무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채무 규모는 162억원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구리갈매 휴밸나인 지식산업센터의 일부 수분양자들과 시행사·대주단의 소송으로 중도금이 기한 내 납부되지 않으면서 연대보증 계약에 따라 당사가 미상환 채무를 인수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은 부산과 구리 사업장 2곳에서 총 733억원의 채무를 인수함에 따라 해당 미상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대출 약정과 신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분양대금 수금을 통해 상환금액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회사 대규모 자금 지원에도…여전히 유동성 '줄줄'
 
신세계건설은 최근 인수한 733억원 규모 채무를 보유 유동성으로 대위변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955억원이다. 이후 잔금 확보와 재판매 등을 통해 원금을 회수,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위변제 후 중도금 대주단으로부터 대출 채권을 양도받을 예정”이라며 “수분양자 대상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5월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의 모회사인 이마트(139480)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인수해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자본’으로 편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건설의 재무건전성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직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실제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2월 연결 기준 951.8%에서 올해 6월 말 161.1%로 무려 790.7%포인트 감소했고, 순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20.0%에서 –5.5%로 감소하며 사실상 ‘무차입 구조’로 전환됐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따른 이자비용 감당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표면이자율은 7.078%로, 연간 이자비용만 약 460억원에 달한다.
 
 
 
재무건전성 개선의 대가로 발생한 이자비용을 납부하기 위해 영업실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올 상반기까지는 오히려 악화된 실적을 기록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4248억원, 영업손실 643억원, 반기순손실 3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매출 7988억원, 영업손실 431억원, 반기순손실 344억원) 대비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반기순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또 최근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채무를 떠안은 구리갈매 휴밸나인과 빌리브 패러그라프 현장에선 여전히 수백억원 규모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업장은 각각 올해 2월과 4월 준공이 완료됐지만, 여전히 ‘못 받은 돈’이 남아있는 것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구리갈매 휴밸나인의 공사미수금은 409억원에 달하고, 2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했다. 빌리브 패러그라프 역시 314억원의 공사미수금이 발생했고, 대손충당금 9억원이 반영됐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