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쌍방울(102280)이 심화되는 자본 잠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상 감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통 무상 감자는 주주들에게 나쁜 재무 상태라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에 보통 기업들에 있어 악재로 꼽히지만,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로 간주된다. 쌍방울은 대대적인 감자를 통해 자본 잠식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부상 재무구조 개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 재무상태 개선은 갈 길이 먼 상태다.
(사진=쌍방울 유튜브 영상 갈무리)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방울은 오는 9월20일 주주총회를 거친 후 10월23일을 감자 기준일로 하여 무상감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채권자들의 이의 제출 기간은 오는 9월23일부터 10월23일까지 한 달간이다.
감자비율은 98%로 결정됐다. 감자가 실시되면 쌍방울의 발행 주식 수는 2억6259만2129주에서 525만1842주로 줄어든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쌍방울의 자본금도 1313억원에서 26억원으로 대폭 감소할 예정이다. 쌍방울은 '자본 잠식 해소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을 무상감자 사유로 밝혔다.
무상감자는 감자 비율만큼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자본금보다 자본 총계가 작은 자본 잠식 기업이 회계상 자본 잠식을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자본 총계는 크게 자본금,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업을 통해 손실이 지속돼 결손금이 커질 경우 자본 잠식 상황이 발생한다.
쌍방울이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이유도 자본 잠식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상반기 쌍방울의 자본금은 1313억원으로 동일했지만 결손금 규모는 1627억원에서 1770억원으로 8.8%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67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이 올해 상반기 142억원으로 확대된 것이 결손금 증가의 원인이다. 결손금 규모 확대에 따라 자본 총계는 1136억원에서 988억원으로 줄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따른 쌍방울의 올해 상반기 자본잠식률은 24.8%로, 지난해 말(13.5%)보다 자본잠식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무상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26억원으로 축소할 경우 자본잠식 상태를 단번에 탈출하게 된다.
무상감자의 또 다른 특징은 주식이 소멸하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주주에게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쌍방울의 감자 비율에 따르면 쌍방울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2주로 보유 주식이 줄어 들어도 보상이 없다. 이에 무상감자는 형식적 감자라도 불리기도 하며,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022년 에어부산이 코로나19 발발로 무상감자를 결정하자 개미 투자자들이 반발한 바 있다. 무상감자로 줄어든 자본금은 감자 차익이 된다. 감자 차익은 자본잉여금에 귀속되며 늘어난 자본잉여금이 결손금을 메우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무상감자는 자본금 감소분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자본 총계 규모에 변화가 없다. 다만, 자본 규모가 동일한 가운데 자본 총계 항목의 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이라기보다 장부상 개선에 불과하다.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상감자가 선택되는 이유에는 상장폐지도 있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상태로 2년 이상 지속되거나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 잠식 상태가 될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이는 향후 자금 조달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