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 가시밭길)③조아제약, 신사업 잇단 실패…동물사업은 자금력 '부족'
아이비스마트·팬바이오텍 등 자본잠식…케어몰·에프앤에이취넷 폐업
정관 변경 통해 펫 시장 진출 '암시'
마르는 현금창출력에 동물사업 성과 '요원'
공개 2024-08-28 06:00:00
상당수 제약사는 수익 대부분을 의약품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확보하려고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에 진출하지만 정작 성과는 미미하다. <IB토마토>는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제약기업들의 현황과 매출확대 전략 등을 취재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조아제약(034940)이 수년간 도전했던 사업다각화 전략에서 쓰린 성적표를 받았다. 체육시설 운영을 위해 자회사로 분류한 아이비스마트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관계기업인 종균·종묘 생산 기업인 팬바이오텍과 건강용품 판매 기업인 케어몰 등은 끝내 폐업했다. 잇단 고배에도 굴하지 않은 조아제약은 최근 동물 시장 진출 카드를 꺼낸 듯하지만, 이를 추진할 자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사진=조아제약)
 
사업다각화 기업들의 잇단 자본잠식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아제약의 자회사인 아이비스마트가 자본잠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비스마트의 올해 반기말 자본총계는 -3억605만원으로, 직전연도 동기(-3억250만원)보다 심화됐다. 조아제약이 아이비스마트를 자회사로 편입할 당시에는 양호한 재무구조를 보유했으나, 당기순손실이 누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아제약은 지난 2019년 10월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아이비스마트를 인수했다. 출자 목적은 사업다각화로, 총 7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획득했다. 당시 아이비스마트는 당기순손실(4110만원)이 발생하긴 했지만, 자본총계는 6억5890만원으로 양수(+)를 유지한 상태였다.
 
아이비스마트가 자본잠식에 들어간 건 지난 2020년부터다. 당시 아이비스마트는 1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곧바로 자본총계가 -5억6594만원으로 줄면서 음수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당기순이익(1699만원)을 달성하면서 완화되는 듯했으나, 올해 다시 악화됐다.
 
조아제약이 사업다각화에서 쓴맛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아제약은 올해 5월 종균·종묘 생산업을 영위하는 '팬바이오텍'을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했다. 팬바이오텍은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해왔고, 이에 자본총계 -2억2915만원인 자본잠식 상태로 조아제약의 품을 떠났다.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투자했던 건강용품 판매 기업인 '케어몰'과 보험 판매 기업인 '에프앤에이취넷'도 성과를 못 보고 끝냈다. 올해 반기말 기준 조아제약이 두기업의 지분을 각각 45.04%, 45%씩 보유하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은 지난 2014년과 2017년에 폐업했다.
 
동물 시장 점 찍었는데…본업 부진으로 말라가는 현금 곳간
 
조아제약은 사업다각화 전략에서 잇단 고배를 마셨지만, 새로운 사업 진출에 운을 뗐다. 최근 정관에 동물 사업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면서다.
 
올해 초 조아제약은 기존 사업 목적인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일반식품, 위생용품 등의 제조·판매업에 '동물용 의약품, 단미사료 및 배합사료, 기타 사료' 내용을 추가했다. 여기에 △농산물 도소매업도 △농산물, 사료, 애완동물 및 관련 용품 도소매업으로 변경했다. 올해 반기말 기준 두 사업 모두 '영위' 상태다.
 
제약사의 동물 시장 진출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통상 인체용의약품 개발은 최소 임상 3상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십년의 시간과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반면, 동물의약품은 전임상만으로도 제품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캐시카우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제약사들의 경우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성과를 얻으려면 장기투자가 필요하다"라며 "이에 일반적인 제약회사들의 사업 방향과는 다르게 단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동물 사업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다만, 동물 사업은 오래전부터 다수의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조아제약은 아직 신사업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본업 부진으로 인한 자금 여력도 넉넉지 않은 상태다. 이에 업계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동화약품(000020)은 지난해 50억원을 쏟아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인 '핏펫'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일찍이 동물 사업에 진출했던 유한양행(000100)은 애니콘주와 와이즈벳 등의 매출 확대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바이오 기업인 박셀바이오(323990)는 최근 동물용 항암병용치료제 '박스루킨-15주'의 품목허가를 얻어냈다.
 
동물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빠르게 사업 확장에 나서야 하지만, 조아제약의 유동성 자금은 넉넉하지 않다. 올해 반기말 기준 조아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74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36억원)보다 늘긴 했으나, 차입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이다.
 
본업 부진으로 계속해서 영업손실이 발생하다 보니 자체 현금창출력도 음수(-) 행진이다. 조아제약의 올해 반기 영업손실은 35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7억9887만원)보다 악화됐다. 지난 2018년 13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이래로 적자에 머물러 있다.
 
이에 당기순손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반기 -28억원이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6억9290만원의 현금이 유출된 것보다 심화됐다. 지난 2020년까지는 부진한 실적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양수(+)로 유지했지만, 2021년(15억원)을 시작으로 현금 유출이 계속됐다.
 
<IB토마토>는 조아제약에 동물 사업 진출 계획 등에 대해 수차례 취재 시도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김혜선 흥미로운 주제를 쉽게 전달하는 김혜선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