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삼성화재(000810)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특성에 따라 향후 금리 하락이 자본비율 산정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더 길어서다. 자본 여력의 확대는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듀레이션 갭 0.3 오버매칭…금리 하락 유리한 구조
22일 보험·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올 상반기 기준 자산 듀레이션이 4.2, 부채 듀레이션이 3.9로 나타난다. 듀레이션이란 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가중평균 만기로 채권가격의 금리 변동에 대한 민감도를 뜻한다.
통상 보험사의 듀레이션 구조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된다. 보험사의 부채는 곧 보유계약을 의미하는데, 보험산업은 기본적으로 상품 만기가 길어 장기 싸이클을 보일 수밖에 없어서다.
(사진=삼성화재)
즉 부채 듀레이션에 맞게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자산 운용은 보험사의 개별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고, 장기채 비중을 확대하는 작업 역시 전체 투자 수익률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제한이 따른다. 자산 듀레이션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보험사는 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에서 보통 K-ICS 비율 하락에 대비한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오르는데,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긴 만큼 부채가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게 작용해서다. 부채 평가액이 증가하는 속도가 자산보다 빨라 그만큼 자본은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K-ICS 비율 산정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본이 줄어들면 분자인 가용자본 규모가 축소돼 K-ICS 비율이 하락한다.
삼성화재의 경우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긴 오버매칭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향후 금리 하락이 K-ICS 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화재 측은 국고채 금리 0.1%p 하락에 대한 K-ICS 비율 민감도가 1.7%p 상승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DB손해보험(005830)이나
현대해상(001450)은 각각 -0.7%p, -1.3%p로 마이너스(-) 수치를 나타낸다.
높은 K-ICS 비율 유지 전망…주주환원에도 '긍정적'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기준 K-ICS 비율은 278.9%다. 지난해 말 대비 5.9%p 상승했다. 가용자본은 26조1326억원이며 요구자본은 9조3700억원이다. 전년 대비 요구자본이 7.7% 늘어날 때 가용자본은 10.0% 증가했다. 보험계약마진(CSM)이나 후순위사채 등의 요소를 제외한 조정 K-ICS 비율도 소폭 상승했다.
K-ICS 비율의 주요 변동 요인과 효과는 구체적으로 ▲금리와 주가 상승 등 거시 지표 –0.8%p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와 기초가정 위험액 신설, 대량해지 충격 세분화 등 제도 변경 –1.1%p ▲당기순이익과 CSM 증가 등 실적 변동 +7.8%p로 확인된다.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경제적 가정 변경으로 인한 영향도 고려 대상이다. 이는 보험부채 할인율에 대한 내용으로 K-ICS 비율 하방 압력을 높인다. 삼성화재는 해당 민감도가 지난 6월 말 기준 ▲장기선도금리(LTFR) 0.25%p 인하에 따른 영향 연 –0.5%p ▲최종관찰만기(LLP) 20년에서 30년 확대 영향 +0.6%p ▲유동성 프리미엄 관련 최저 신용스프레드 신설 영향 –1.0%p로 파악된다. 민감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와 관련 조아해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은 “하반기 금리 인하와 보험부채 할인율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ALM을 통한 K-ICS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면서 “삼성화재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K-ICS 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화재는 K-ICS 비율 최소 수준으로 200%를 설정하고 있으며 시장이나 제도 변동에 대비한 버퍼(Buffer)로 20%를 뒀다. 220%를 넘어서는 초과 자본에 대해서는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글로벌 사업에 대한 자본 투자 목적으로 활용한다.
정준섭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최근 규제나 금리 환경에서 손익과 자본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라면서 “업계 최상위 수준의 환원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