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오르고' 영풍 '내리고'…희비 엇갈린 ESG 성적표
2022년-2023년 ESG평가등급 고려아연 '상승' VS 영풍 '하락'
고려아연 현금성 자산 1조원 이상…탄소감축 투자 확대
영풍은 환경 규제 위반 문제 해소 등 과제 산적
공개 2024-08-27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아연시장을 양분하는 고려아연(010130)영풍(000670)이 올해 상반된 ESG 평가 결과를 받아들며 눈길을 끌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보다 ESG 등급이 상승했지만, 영풍은 등급이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신규 설비 투자 여부에 따라 온실 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회사 간 투자 금액 차이가 ESG 평가 결과를 갈라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은 신재생 에너지 투자·공정 효율화 추진으로 자본적 지출(CAPEX)이 크게 증가한 반면, 영풍은 투자 금액이 줄어들었다. 두 회사 간 자금력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향후 ESG 투자에서도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의 호주 아연제련소.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고려아연)
 
환경 투자 여부에 엇갈린 ESG등급 성과
 
22일 한국거래소 ESG 포털에 따르면 올해 실시된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의 ESG 지표평가 결과 고려아연은 A+(한국ESG연구소)와 AA(서스틴베스트)의 등급을 획득, 지난해 평가 결과(두 기관 모두 A)에서 모두 한 개 등급씩 상승했다. 그에 반해 영풍의 올해 ESG 등급은 B+(한국ESG연구소) 와 C(서스틴베스트)로 평가되며 지난해 두 기관의 평가 결과(B등급)에서 각각 한 단계씩 하락했다.
 
고려아연의 ESG 등급 상승에는 신규 설비 투자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의 공장 가동률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100%를 기록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스코프1(직접배출)과 스코프2(간접배출) 합산 기준 고려아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27만7964tCO2eq(이산화탄소 환산 배출량)으로 2022년(345만416tCO2eq)에 비해 5% 감소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배출 목표치였던 340만8593tCO2eq도 밑돌았다.
 
그에 반해 영풍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영풍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영풍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고려아연과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2022년 107만2322tCO2eq, 지난해는 110만9765tCO2eq로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풍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81.32%에서 80.04%로 줄었지만, 가동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다.
 
금속업계는 전기를 다량 사용하는 제련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업계 전반에 ESG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자금 문제 등으로 인해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 적극적인 ESG 투자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아연 시장을 양분하는 두 회사 역시 자금 여력 등 차이가 커지고 있어 ESG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의 누적 매출액은 5조4335억원, 영업이익은 45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4조9967억원)과 영업이익(3015억원)은 각각 8.7%, 50.3% 증가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영풍의 누적 매출액은 1조4935억원, 영업손실은 43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액(1조8365억원)은 18.7% 감소했으며 영업손실(1026억원)은 58%가량 축소됐다.
 
실적 차이로 인한 현금성 자산 증가폭도 다르다. 고려아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199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8968억원)보다 33.8% 늘어났지만, 영풍은 올해 상반기 4860억원으로 지난해 말(4772억원)보다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유 현금성 자산은 투자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다. 두 회사는 상반된 자본적 지출(CAPEX) 방향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의 자본적 지출(CAPEX)은 721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855억원)의 4배가량 증가했지만, 영풍의 올해 상반기 자본적 지출 투자액은 60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49억원)보다 감소했다.
 
기존 설비를 신규 설비로 교체할 경우 효율성이 개선되며 온실가스 배출 효율이 개선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의 신규 기계장치 대체 금액은 1362억원, 영풍은 308억원이다. 이를 통해 기존 설비를 대체하는 신규 설비의 투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재무 상태에 따라 향후 투자 전망도 달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고려아연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려아연은 제련 과정 뿐 아니라 원료 조달 과정으로 온실가스 감축 영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미국 현재 법인인 페달포인트를 통해 폐금속 트레이딩 업체인 캐터맨을 5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캐터맨은 폐전자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구리 스크랩(사용 후 금속)을 거래하는 업체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924만달러(한화 약 124억원)로 고려아연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6599억원)의 1.9%에 불과해 수익성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
 
다만, 고려아연은 캐터맨 인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사용을 다 한 전자제품 등에서 구리를 추출할 경우 광산에서 구리를 캘 때보다 최대 80%가량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은 오는 2025년부터 구리 생산량을 늘려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그에 반해 영풍은 ESG 확대가 지체되는 모습이다. 산적한 환경 문제들이 있고, 꾸준히 추진해 오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고려아연과의 갈등 이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 전해진다. 폐배터리 사업에 궤도에 오를 경우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커지며 ESG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
 
영풍은 올해 7월 첫 지속가능성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 확보 등 온실가스 절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은 중장기 계획으로 설정돼 있어 ESG 확대 속도가 고려아연보다 늦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는 등 ESG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ESG지표를 향상시키고 있으며, 탄소 발자국 측정 및 인증은 지난해 아연·은·동을 완료했고 올해는 연·금·반도체 황산이 진행 중”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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